국제인권단체가 올해 한국 드라마와 다큐멘터리, 책 등을 담은 이동식 저장장치(USB) 2,000개를 북한에 보냈다.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해외 콘텐츠를 보거나 유통하는 행위를 철저히 단속하고 있지만, 젊은 세대 사이에서 '한류' 바람은 여전히 거센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휴먼라이츠재단은 시민들의 기부를 받아 확보한 USB와 SD카드 2,000개에 한국과 미국 등의 문화 콘텐츠를 담아 북한에 보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30일 보도했다. 재단 측은 한국의 대북전단금지법과 북한의 국경봉쇄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플라스틱 물병에 생필품과 USB를 넣어 강물에 띄워 보내는 방식으로 전달했다. 탈북민 출신인 이성민씨는 "저장장치 하나를 북한 주민 10명이 공유하는 것으로 추산한다면, 약 2만 명이 우리가 보낸 콘텐츠에 접근했을 수 있다"고 했다.
단체가 보낸 USB에는 영화와 다큐멘터리 외에 탈북민의 자서전 등 PDF 파일로 된 읽을거리가 담겼다. 한국 드라마인 '사랑의 불시착'과 '태양의 후예', 미국 영화인 '탑건'과 '타이타닉' 등이 대표적이다.
사랑의 불시착은 북한에 우연히 들어간 한국 패션업계 사장(손예진 분)과 그녀를 숨겨주려다 사랑에 빠진 북한 장교(현빈 분)의 로맨스를 그린 작품으로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진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 한국 드라마는 20·30대 등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좋다. 북한 주민들은 해외 콘텐츠를 가족 또는 친지, 지인에게 빌리거나 장마당에서 구입해 시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정권은 그러나 이 같은 해외 콘텐츠로 인해 주민들이 고립된 체제에 대한 불만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한국 드라마를 보거나 유통하다 적발되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 따라 노동교화형이나 공개처형 등 중형에 처한다.
그럼에도 주민들 사이에 한류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이날 북한인권단체 국민통일방송(UMG)과 데일리NK가 올해 북한 주민 50명을 전화 인터뷰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8%(49명)가 '한국을 포함한 외국 콘텐츠를 시청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다만 조사 대상 주민들이 외부의 전화 인터뷰에 응했다는 점에서 보통의 주민보다는 외부 접촉에 적극적인 성향일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