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첫 선발 출전 기회를 얻은 잉글랜드의 신성 필 포든(22·맨체스터 시티)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다재다능한 축구 신동이지만 대표팀에서는 찬밥 신세였던 이강인(21·마요르카)처럼 자신에게 다가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포든은 30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최종전에 선발 출전해 1골을 기록하는 등 공격 일선에서 활약하며 잉글랜드의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포든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최강팀으로 군림하는 맨체스터 시티의 에이스다.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EPL) 14경기에 출전, 7골 3도움을 기록했다. 어린 나이에도 빠른 스피드와 창의적인 패스, 뛰어난 골 결정력으로 화려한 맨시티의 스쿼드에서도 당당하게 주전을 꿰찼다. 팀의 프리미어리그 4회 우승을 이끌었고, 잉글랜드 프로축구선수협회(PFA) 올해의 영플레이어어에 2회나 선정됐다.
하지만 대표팀에서는 달랐다.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감독 체제에서는 메이슨 마운트(23·첼시) 등에 밀려 후반 교체 카드로 주로 활용됐다. 이란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도 4-1로 크게 앞선 후반 25분 마운트와 교체 투입돼 20분 정도 뛴 것이 전부였다. 2차전인 미국전에선 끝까지 벤치를 지키며 출장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잉글랜드가 부진한 경기력 끝에 미국과 0-0으로 비기자, 포든을 기용하지 않는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용병술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해설가로 활동하는 선수 출신의 게리 네빌과 제이미 캐러거, 로이 킨 등이 앞장서서 포든의 적극적인 기용을 주문하고 나섰다. 잉글랜드 대표팀 출신 마이클 오웬은 미국과의 경기를 두고 "잉글랜드는 현재까지 14명의 선수를 기용했는데, 가장 재능 있는 선수는 벤치에 앉아 있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영국 현지의 비난을 의식해서였을까.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16강 진출이 달린 웨일스와의 최종전에서 포든을 선발 출전시켰다. 해리 케인(29·토트넘), 마커스 래시포드(25·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함께 공격진의 한 축을 맡았다.
포든은 전반부터 활발한 움직임과 위협적인 드리블에 이은 슈팅 등으로 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잉글랜드의 첫 골도 포든의 발에서 시작됐다. 포든은 후반 3분 페널티박스 근처에서 수비 2명을 제치고 돌진하다 수비수의 태클에 걸려 넘어지며 프리킥을 얻어냈다. 키커로 나선 래시포드가 이를 골로 성공시키면서 1-0으로 앞서 나갔다. 포든은 4분 뒤에는 직접 골을 넣으며 해결사의 가치까지 증명했다. 그는 케인이 올린 낮은 크로스를 정확하게 마무리하며 월드컵 데뷔골까지 성공시켰다. "포든을 기용하라"며 날을 세웠던 잉글랜드 팬들의 마음을 달래준 시원한 한 방이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