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오늘, 세네갈의 위대한 축구 선수 파프 디오프가 세상을 떠났다. 디오프와 그의 가족에게 ‘플레이어 오브 더 매치’ 트로피를 바친다.”
세네갈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칼리두 쿨리발리(31)가 30일(한국시간) 치러진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A조 최종전을 마치고 가장 먼저 남긴 말이다. 그는 이날 에콰도르와의 경기에 선발 출전해 후반 25분 천금 같은 결승골을 뽑아내며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20년만에 세네갈의 16강행을 이끈 그는 이날 경기 최우수선수에 해당하는 ‘플레이어 오브 더 매치’에 선정됐다.
트로피를 손에 든 그의 입에서는 조국 세네갈에 대한 사랑과 자긍심이 흘러나왔다. 2002 한ㆍ일 월드컵 8강 돌풍의 주역 중 한 명이었던 디오프(2020년 지병으로 사망ㆍ당시 42세)를 가장 먼저 언급한 것도, 그가 그의 조국과 대표팀에 얼마나 큰 애정을 가지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장면이다.
쿨리발리의 애국심은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이미 정평이 나 있다. 1991년 프랑스에서 이민자의 자녀로 태어난 그는 2015년 부모님의 고향, 세네갈 대표팀의 유니폼을 입었다. 전통의 강호 나폴리(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세계적인 수비수로 이름을 알려가던 시절이었다. 얼마든지 프랑스 대표팀 승선에 도전해 볼 수 있는 그가 굳이 축구의 변방국을 택한 것이다. 그는 이번 대회 직전 ‘더 플레이어스 트리뷴’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당시 세네갈 대표팀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쿨리발리는 “나는 프랑스에서 태어났지만, 세네갈 부모를 둔 흑인 선수이자 이슬람교도다. 나를 구성하는 많은 것 중에는 ‘세네갈 축구’도 있다”며 “세네갈이 8강에 올랐던 2002년의 기억도 현재의 나를 만든 중요한 부분이다. 우승하지는 못했지만, 당시 세네갈 대표팀은 내게 우승팀이나 다름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2015년) 영상통화로 아버지에게 ‘세네갈 대표팀에서 뛰겠다’고 했을 때 아버지의 반짝이는 눈을 봤다”고 덧붙였다.
2018년 생애 첫 월드컵에서는 얄궂은 운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세네갈은 러시아 월드컵에서 1승1무1패(승점4)의 호성적을 거두고도 일본과 승점ㆍ골득실ㆍ다득점ㆍ승자승에서 모두 동률을 기록, 페어플레이 포인트까지 따진 끝에 결국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반면 프랑스 대표팀은 20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그럼에도 쿨리발리는 “세네갈을 택한 걸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오히려 그는 세네갈 대표팀에서 더욱 헌신적인 플레이를 선보이며 올해 2월 열린 2021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결승전에서 조국의 우승을 이끌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누군가는 ‘겨우 대륙별 대회 우승’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우리에게는 프랑스, 독일, 브라질의 월드컵만큼이나 영광스러운 일이었다”며 강한 자긍심을 드러냈다.
쿨리발리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센터백 김민재와도 인연이 있다. 나폴리는 올 여름 첼시(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떠난 쿨리발리의 대체자로 페네르바체(튀르키예 쉬페르리그)의 김민재를 택했다. 이후 김민재는 올 시즌 팀이 치른 21경기 중 20경기에 풀타임으로 출전했고, 팀의 리그 15경기 무패(13승2무)를 견인하며 명실상부 세계 톱클래스 수비수로 발돋움했다.
이제 쿨리발리에게 남은 과제는 ‘세네갈 돌풍’의 재현이다. 그는 “디오프와 알리우 시세(현 세네갈 대표팀 감독) 등 앞 세대가 2002년 이룬 성과를 우리 세대에서 또 이뤄내고 싶다”며 “아프리카 챔피언의 자존심을 걸고 16강전에 나서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