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광주시 고용안정 보조사업… 특혜 의혹 꼬리에 꼬리

입력
2022.11.30 16:00

광주광역시가 고용노동부 고용안정선제대응패키지(고선패) 지원 사업을 수행하면서 특정 세부 사업 수행 기관 관계자에게 시행 지침에도 없는 참여 인력 직급을 적용한 뒤 인건비를 과다 지급해 온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정부의 지역 일자리 창출 지원 공모 사업 수행을 둘러싼 특혜 의혹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자, 광주시의회는 급기야 행정 사무 조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30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광주시는 지난해 3월 고용노동부가 주관한 지역·산업 맞춤형 일자리 창출 지원 사업(지역 혁신 프로젝트)을 따낸 뒤 세부 사업인 ①일자리 목표 공시제 컨설팅 및 평가 분석 체계 구축 수행 기관으로 A연구원을 선정했다. 광주시는 이어 같은 해 5월 고용노동부 고용안정선제대응패키지(고선패) 지원 사업자로 선정되자, 이 사업의 컨트롤타워인 ②고용안정추진단 구축 및 운영 사업의 수행 기관으로 또다시 A연구원을 선정했다. A연구원은 당시 사업 수행 실적이 전혀 없고 조직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신생 법인이었다.

광주시는 그러면서 지난해와 올해 ①과 ②사업 담당자 B씨의 참여 인력 직급을 사업 시행 지침에도 없는 '수석급'으로 적용했다. 시행 지침은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 아닌 기관이나 단체에 소속된 참여 인력에 대한 직급 계상 기준을 책임급, 선임급, 원급, 기술기능직으로만 구분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B씨의 경력으론 두 번째 등급인 '선임급'이 적용돼야 한다.

그렇다면 선임급의 연봉은 얼마나 될까. A연구원이 올해 4월 ②사업을 수행할 참여 인력(근로 기간 1년)을 채용할 당시 제시한 선임급 연봉은 3,960만~4,200만 원이었다. 광주시처럼 고선패 사업자인 경남도도 올해 고용안정지원단 운영 총괄 등을 수행할 선임급 인력의 보수를 연봉 3,800만~4,000만 원으로 책정하고 있다.

그러나 B씨가 지난해 3월~올해 9월 수석급으로 광주시로부터 매달 지급받은 인건비는 600만~720만 원이다. 광주시가 B씨에게 시행 지침에도 없는 직급을 적용해 인건비를 과다 지급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사업 담당자의 인건비는 소속 수행 기관이 부담하는 급여 총액에 참여율(사업 담당자가 겸직자로서 수행하는 전체 업무 중 해당 사업에 참여하는 비율)을 곱해 산정하는데, 지난해 두 개 사업을 수행하던 B씨의 참여율은 100~130%였다. 특히 고용노동부가 올해 사업 담당자의 사업 참여율을 지난해보다 30%포인트 낮춘 100%까지만 인정하면서 B씨의 인건비가 줄어들자, 광주시는 급여 총액을 올려주는 방식으로 감소분을 보전해 주기도 했다.

광주시는 올해 9월 A연구원 직원으로 채용된 뒤 ②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C씨(참여율 80%)에 대해서도 수석급으로 직급을 인정, 인건비를 주고 있지만 실제 지급 액수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다. 이처럼 시행 지침에도 없는 수석급 직급이 사업계획서에 담겨 있고, 지급 기준도 불분명한 인건비가 책정돼 있는데도 광주시는 물론 고용노동부도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 지방보조금(사업비) 집행을 둘러싼 관리·감독이 터무니없이 부실했다는 방증이다.

그런데도 광주시는 사실상 뒷짐만 지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참여 인력 인건비 책정 기준 및 직급 적용 실태 등을 조사해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과는 대조적이다. 사정이 이렇자 광주시의회는 고선패 사업에 대해 행정 사무 조사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한 광주시의원은 "특정 세부 사업 수행기관을 관리·감독해야 할 광주시가 되레 끌려다니는 모습을 연출하고, 의회의 관련 자료 요구에도 비협조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의회 차원에서 행정 사무 조사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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