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구충제 '펜벤다졸' 항암 효과 다룬 유튜브 30%가 틀렸다"

입력
2022.11.29 20:10

암 관련 정보를 다룬 유튜브 콘텐츠 가운데 30% 정도가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잘못된 정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권정혜 세종충남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팀은 유튜브에 올라온 개 구충제 ‘펜벤다졸’ 자가 처방 영상 702개를 선별 조사한 결과, 210개(29.9%)는 잘못된 정보를 포함하고 있었고, 이 중 76.9%는 건강에 유해한 정보를 담았다. 또한 잘못된 영상이 계속 업로드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개 구충제 펜벤다졸은 2019년 한 미국 남성이 복용하고 말기 암을 극복했다고 밝히면서 암 환자 사이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유튜버 안핑거가 대장암 4기를 판정받은 후 펜벤다졸을 복용하는 과정을 유튜브를 통해 공개하며 화제가 됐다. 하지만 그는 3개월이 되지 않아 사망했다.

펜벤다졸에 대한 잘못된 정보로 인해 개 구충제가 암 대체 치료제가 될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을 형성하고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는 온라인에서 건강 정보를 찾고 치료법을 정하는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늦추거나 거부하도록 만드는 원인이 된다.

펜벤다졸은 개를 비롯한 동물에게 사용하는 구충제다. 대한의사협회ㆍ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은 펜벤다졸이 설령 암 치료에 효능이 있다 해도 아직 증명된 사실이 없으며 예측할 수 없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에 복용하지 말도록 권고하고 있다. 실제 펜벤다졸 복용 후 부작용이 발생해 병원에 입원한 암 환자가 적지 않다.

권정혜 교수는 “이번 연구를 계기로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기 위한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환자ㆍ보호자에게 체계적인 교육을 시행해 유튜브 동영상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튜브는 ‘유해한 치료제나 치료법을 홍보하는 콘텐츠’ 등을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콘텐츠로 분류하고, 이를 발견하면 신고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해당 정책을 위반하면 콘텐츠는 삭제되고, 위반을 반복한 채널은 경고 조치를 받게 되며, 경고가 3회 이상 누적되면 채널이 해지된다. 하지만 모니터링ㆍ신고 등에 한계가 있어 유튜브에 올라온 가짜 뉴스를 모두 차단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유해 건강 정보뿐만 아니라 특정 유명인의 건강 상태에 대해 과장ㆍ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영상도 버젓이 올라온다. 조회 수 늘리기 등을 목적으로 이러한 영상들을 업로드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잘못된 정보를 완벽히 차단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의학인터넷연구저널(Journal of Medical Internet Research)’에 실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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