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의 '신형 무기'들이 2022 카타르 월드컵 무대에서 화력을 검증했다. 조규성(24·전북)이 홀로 두 골을 몰아넣으며 차세대 스트라이커 자리를 꿰찼고, 이강인(21·마요르카) 역시 짧지만 강렬한 활약으로 성인 무대에서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첫 월드컵에 나선 김민재(26·나폴리)는 어떤 상대에도 쉽게 밀리지 않는 방어력을 선보이며 세계 최고 수준의 수비력을 보여줬다.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남겨 놓은 한국의 16강행은 불투명해졌지만 앞선 두 차례 경기에서 공격과 미드필더, 수비라인의 미래 자원들이 위력을 드러내며 희망을 안겼다. 조규성과 이강인, 김민재 모두 각각 20대 초중반의 나이라는 점에서 적어도 2030년 월드컵까지는 한국 축구의 중심이 될 자원들로 눈도장을 찍은 셈이다.
2022 K리그1(1부 리그) 득점왕에 올랐던 조규성은 이번 대회를 통해 월드클래스로 떠오른 토종 공격수다. 그는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꽉 잡았다. 우루과이와 1차전 후반 교체 투입돼 전방에서의 적극적인 몸싸움과 과감한 슈팅으로 파울루 벤투 감독의 눈도장을 받은 조규성은 가나와 2차전에서 후반에만 머리로 두 골을 몰아넣으며 벌써부터 유럽 빅클럽 스카우터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188㎝의 큰 키를 활용한 고공 플레이는 물론, 골 냄새를 맡아 해결하는 결정력까지 보여 준 그가 향후 유럽 무대에 진출할 경우, 성장성은 더 크다는 게 축구계 시각이다. 무엇보다 올해 하반기 김천 상무에서 전역하며 병역 문제까지 해결한 점은 해외 진출 문턱을 확 낮춘 계기가 된다.
2019년 폴란드에서 열린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한국을 준우승으로 이끈 뒤 골든부트까지 거머쥔 이강인은 이번 대회를 통해 '성인 국제무대에서 통할지'에 대한 의문 부호를 완전히 지워냈다.
1, 2차전 모두 후반 교체 투입됐는데, 경기를 지켜본 이들마다 '진작 투입했다면'이라는 아쉬움을 남길 정도로 흐름을 쥐고 흔든 '게임 체인저'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은 가나전 직후 "이강인이 90분을 뛰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김민재는 우리 대표팀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수비수로 자리 잡았다. 2018 러시아 월드컵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으나 그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보란 듯 금메달을 따낸 그는, 중국 베이징 궈안과 터키 페네르바체를 거쳐 '빅 리그'인 이탈리아 세리에A에 진출해 맹활약 중이다.
그는 세리에A에서 2위 AC밀란(승점 33)에 승점 8점을 앞서며 압도적 선두를 달리는 나폴리의 핵심 수비수로 활약 중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키 190㎝, 몸무게 88㎏의 탄탄한 체구에 빠른 발, 매서운 순간 판단 능력까지 보여 주며 어떤 공격수도 막아낼 수 있을 거란 믿음을 심어 줬다. 1차전 부상으로 2차전 출전이 불투명해졌을 때의 불안감이 그의 팀 내 비중을 가늠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