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29일 판문점을 방문해 "조만간 이곳에서 북측과 마주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북한 '국가 핵무력 완성' 선언 5주년인 이날 남북 분단을 상징하는 장소를 찾아 대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권 장관은 이날 경기 파주 판문점 시설을 둘러본 뒤 취재진과 만나 "북한이 더 이상 우리 정부의 진정성을 왜곡하지 말고 우리 제안에 호응해 오기를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북한 당국이 저에 대한 여러 험한 말들을 하고 있지만 저는 개의치 않고 의연하게 열린 자세로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권 장관의 판문점 방문은 취임 후 처음이다.
권 장관은 "(남북관계에) 작은 훈풍이라도 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왔다"며 "판문점에 오니 만감이 교차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판문점은 전쟁과 대립의 장소이지만 대화와 화해의 공간이기도 하다"며 "남북관계가 끝을 모를 긴장으로 치닫고 있지만, 지금부터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판문점의 미래도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수위를 높이고 있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선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단호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북한은 올해 초부터 이달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발사까지 무력 도발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한미 연합훈련 등을 구실 삼아 9·19 남북군사합의를 정면으로 무력화하는 포병 사격에 나서기도 했다.
권 장관은 북한의 도발 의도와 관련해 "새 정부 출범 후 한편으론 단호하고 한편으론 유연한 대북정책을 보이는데, 단호한 부분에 있어 정부와 시민사회를 압박해 본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기를 원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북한이 지금과 같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고 도발을 해서는 번영은 고사하고 북한 체제 안전조차 유지하는 데 어려움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 장관은 "북한이 지금과 같은 태도를 쉽사리 바꿀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초조해하지 않고 우리가 원칙으로 정한 부분을 지키며 북한의 태도 변화를 기다리겠다"고 다짐했다.
이 밖에 5·24 조치 등 대북 독자제재의 완화 및 유예, 해제와 관련해선 "담대한 구상에 따른 비핵화 절차가 진행돼 북한 쪽에서 상응조치가 이뤄진다면 유엔 대북 제재든 우리 자체 제재든 필요한 범위 내에서 얼마든지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