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업무개시명령 발동에 화물연대는 "계엄령에 준하는 명령"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화물연대는 명령 무효 가처분신청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하기로 했고, 민주노총은 국제노동기구(ILO)와 유엔에 긴급 개입을 요청했다. 정부와 노동계의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면서 30일 예정된 교섭에 '빨간불'이 켜졌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29일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국무회의 의결 직후 성명을 내고 "화물노동자에게는 계엄령에 준하는 명령이자 차라리 죽으라는 명령"이라며 "생계를 볼모로 목줄을 쥐고, 화물노동자의 기본권을 제한하겠다는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화물연대 지도부는 이날 오후 전국 16개 지역본부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삭발을 했다.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은 "우리는 경제를 볼모로 잡지 않았다"며 "정부가 약속을 어겼기 때문에 파업에 돌입한 것으로, 진짜 대한민국을 힘들게 하는 것은 이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화물연대는 "운송개시명령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업무개시명령이 떨어지더라도 파업 참가자 개개인이 직접 해당 명령을 송달받지 못하면 이를 따라야 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미리 확보한 화물 차주의 연락처와 주소 등을 통해 개별 화물노동자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화물연대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이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예상 가능한 방법 중 하나는 '블랙아웃'이다. 2020년 전공의 파업 당시 의료법상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된 적 있는데, 당시 파업 참가자들은 업무개시명령 송달을 회피하기 위해 휴대폰을 아예 꺼두는 방식을 택했다.
만약 명령서를 송달받는 경우 화물기사는 다음날 밤 12시까지 업무에 복귀해야 하며, 정당한 이유 없이 이에 따르지 않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1차 불응 때는 30일 이하 운행정지 처분이, 2차 불응 때는 화물운송 자격이 취소된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조합원이 명령서를 강제로 송부받는 경우엔 내부 논의를 통해 대응 방식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물연대는 명령 무효 가처분신청 등을 검토 중이다. 운송개시명령에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만약 가처분신청이 이뤄지면 정부가 직접 업무개시명령 정당성을 입증해야 한다. 즉 화물연대가 '정당한 사유' 없이 화물운송을 거부했는지, 국가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한 것인지 등을 소명해야 하는데, 조건이 모호해 법적인 다툼이 발생할 여지가 크다.
화물연대는 국제기구 개입도 요청한 상태다. 공공운수노조는 국제운수노련(ITF) 및 민주노총과 함께 28일 ILO 사무총장과 유엔 평화적집회결사자유 특별보고관에게 긴급개입 요청 서한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요청 근거는 △현재 파업이 '전쟁이나 인구 전체 또는 일부의 생존·안녕을 위태롭게 하는 극도로 중대한 상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 △운송부문은 필수서비스가 아니라는 점 △업무개시명령이 구금 또는 벌금형의 처벌조항을 담고 있다는 점 등이다. 스티븐 코튼 ITF 사무총장은 요청서에서 "업무개시명령은 결사의 자유에 대한 권리뿐 아니라 ILO 협약 29호와 105호(강제노동)를 심각하게 위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계는 화물연대 지지 성명을 발표하며 정부를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정부가 화물차 노동자에게 직접 명령하려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그런 각오도 없이 업무개시명령 운운하는 것은 강제노동과 착취"라고 비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 노동법률단체도 "우리 법체계는 강제노역과 강제근로를 금지하고 있다"며 "형사처벌과 행정제재를 무기 삼아 화물운수종사자에게 정부 명령에 따른 업무수행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위헌적"이라고 지적했다.
당장 30일로 예정된 두 번째 교섭은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며 "국토부에서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교섭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