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은 12월 2일(한국시간) 밤 12시 카타르 알라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릴 포르투갈과의 H조 조별리그 3차전을 파울루 벤투(53) 감독 없이 치러야 한다. 가나와의 2차전 추가시간 한국의 코너킥 기회를 앞두고 경기를 종료한 앤서니 테일러 주심에게 거칠게 항의한 벤투 감독이 퇴장을 당하면서다. 감독이 퇴장당한 건 이번 대회 들어 처음 있는 일이고, 경고(우루과이전)와 퇴장(가나전)을 모두 받은 감독도 월드컵 역사상 최초다.
현재까지 1무 1패(승점1)를 기록, 16강 진출을 위해선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3차전을 앞두고 감독 부재라는 변수가 발생하면서 우려는 커지고 있다.
벤투 감독은 29일 카타르 도하의 알 에글라 훈련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내가 벤치에 앉지 못해 좋은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우리 코칭스태프도 능력이 있고 팀 훈련을 같이 진행했다. 내가 있을 때와 상황이 같지는 않겠지만 코치들도 충분한 역량과 실력이 된다”라고 말했다.
세르지우 수석코치와 최태욱 코치 등 코치진이 벤투 감독 역할을 분배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벤투 감독의 지시를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사전에 많은 경우의 수를 공유해 둬야 하는 부담이 있다. 그렇다고 절망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감독 퇴장이 선수들을 하나로 똘똘 뭉치게 할 수 있다는 얘기다.
10여 년 전까지는 무전기 등을 통한 ‘원격 지휘’가 가능했지만, 현재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상 무전기를 포함한 이동통신 수단을 활용해 벤치와 실시간 의견을 공유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벤투 감독은 ‘급한 상황에서 감독-선수단간 소통’에 대한 질문에 “규정상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없다. 하지 않을 것이다”고 단호하게 못을 박았다.
한국 축구 역사상 월드컵 대회 도중 감독이 자리를 뜬 건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의 차범근 당시 축구대표팀 감독 경질 사태 이후 24년 만에 처음이다. 당시 한국은 조별리그 2차전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네덜란드에 0-5로 완패했고, 대한축구협회는 성적 부진의 책임을 물어 차 감독을 경질했다. 차 감독은 즉시 귀국했고, 한국은 벨기에와의 3차전에서 김평석 감독대행 체제로 경기에 나서 고(故) 유상철 전 인천 감독의 득점으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