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총파업 중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에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것을 두고 여야는 뚜렷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국민의힘은 '불법 귀족노조 시대의 종식'이라며 윤 대통령 결정을 환영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윤 대통령을 일제히 비판하며 명령 철회를 요구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시멘트 분야 운송 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은 민생위기 경제위기를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치주의 행정력 발동"이라며 "화물연대가 불법행위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떤 경우든 불법과 타협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양금희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불법으로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이제 불법 귀족노조의 시대도 종식이다"라며 "화물연대 불법파업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은 법 위에 군림하는 떼법, 저임금 노동자, 서민, 대한민국 경제를 유린한 '불법종식 명령'"이라고 가세했다.
민주당은 법치주의를 앞세운 정부·여당의 일방통행식 노사관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외형상 법치주의를 내걸었지만 법적 처벌을 무기로 화물노동자에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위헌성이 큰 업무개시명령을 철회하고 화물연대와 대화와 교섭에 성실히 임하라"고 촉구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가 약속을 먼저 파기한 것도 모자라 과잉 대응으로 사태를 치킨게임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강 건너 불구경만 하지 말고 집권여당으로서 책임 있게 중재에 나서야 한다. 화물연대와 정부가 요청하면 갈등의 중재에 나설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정의당도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성토했다. 이정미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업무개시명령은 반헌법적인 위험한 칼이다. 실효성도 없고 시대착오적인 녹슨 칼"이라면서 "윤 대통령은 당장 그 칼을 거두라. 잘못된 칼춤이 계속된다면 엄벌은 정부가 받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은주 원내대표도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이 아니라, 교섭재개명령을 발동해 밤새워서라도 합의안을 도출하라"고 말했다.
김희서 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상황을 해결하려는 의지도 능력도 없고, 오직 독선과 아집으로 상황을 파국으로 이끌고 있는 무능한 윤석열 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국민을 몰아붙이고, 싸워 이기려 한 정부는 결국 국민들로부터 심판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비판 메시지 외 야권이 꺼낼 수 있는 대응카드가 마땅하지 않다. 국회가 업무개시명령을 중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는 탓이다. 관련 법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장관은 업무개시명령과 관련해 구체적 이유 및 향후 대책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보고해야 하지만, 국회 동의를 받을 필요는 없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부 명령에 대해서 국회에서 다툴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서 "노동자가 개별적으로 가처분 소송을 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화물연대 파업의 쟁점인 안전운임제에 대해서도 여야 입장 차가 크다. 민주당 국토위 의원은 "여야 협상이 이뤄져야 하는데, 국민의힘은 '파업이 중단되지 않는 한 법안 논의는 없다'는 입장"이라며 "당장 올해 말에 일몰제가 끝나기에, 민주당이 강행 처리하기엔 시간이 빠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