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에 대한 검찰의 '보복 기소 의혹' 사건을 수사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당시 수사와 기소를 담당한 검사들을 불기소 처분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들이 직권남용 혐의로 고소된 지 1년 만에 나온 수사 결과로, 문제의 기소 이후 7년이 지나 공소시효가 완성됐다는 게 처분 이유다.
이 사건은 대법원이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인정해 공소를 기각한 최초의 사례다. 2013년 유씨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가 제출 증거가 국정원에 의해 조작된 사실이 드러나 망신을 샀던 검찰은 2014년 5월 유씨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이 이미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사건을 다시 끄집어낸 것이라 보복 의도를 의심받았다. 대법원 판결로 의혹의 실체가 인정되자 유씨는 판결 직후인 지난해 11월 이두봉 전 대전고검장 등 전·현직 검사 4명을 공수처에 고소했다.
수사 결과를 보면 공수처가 지난 1년간 진상 규명 없이 법리 검토로 허비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주요 쟁점 가운데 공소시효 완성 여부를 따지는 문제는 그렇다 쳐도, 검찰이 2심에서 공소권 남용 판결을 받고도 상고한 일이 직권남용에 해당하는지는 순수한 법리 영역으로 볼 수 없다. 공판 검사의 상고 결정에 피의자들이 관여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어서다. 하지만 공수처는 이들을 대면 아닌 서면으로만 조사하고서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강제수사 시도는 석 달 전 법원에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가 기각된 게 전부였다. 대법원의 역사적 판결을 이끌어낸 사건의 실체를 밝힐 의지가 공수처에 과연 있었나.
검찰의 무책임한 태도도 문제다. 2019년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이 간첩조작 사건에 "안타깝고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밝혔을 뿐, 보복 기소 의혹 사건엔 국회의 사과 요구도 거부하고 있다. 간첩조작 사건의 수사·기소 검사로 검찰 징계를 받은 이시원 전 부장검사는 여전히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일하고 있다. 공수처 처분은 검찰에 면죄부가 될 수 없다. 피해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부터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