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452년 역사의 독일 오케스트라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첫 내한 연주회는 악단의 입국 직전까지 마음을 졸여야 했던 공연이다. 30년간 음악감독을 맡은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80)이 건강 악화를 이유로 활동을 중단하면서 크리스티안 틸레만(63)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상임지휘자가 지휘봉을 넘겨받았다. 내한 지휘자 교체 이후엔 다시 틸레만의 어깨 통증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다. 다행히 그는 악단과 함께 예정대로 입국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뤄진 이날 공연은 "다른 오케스트라보다 어두운 소리지만 지나치게 무겁지 않은 독일의 전통적 사운드를 지니고 있다"던 전날 공개 리허설에서의 틸레만의 악단에 대한 평가를 그대로 입증해 보인 무대였다.
틸레만은 브람스 교향곡 2번을 연주한 1부부터 보면대 없이 포디움에 서 교향곡 전체를 암보(暗譜)로 지휘했다. 암보로 지휘하며 단원들과 충분히 교감한 틸레만의 리더십 덕분에 연주는 쉼표와 셈여림의 표현 등 디테일까지 빛났다. 유서 깊은 악단과 객원 지휘자 틸레만의 케미스트리는 짧은 예열을 마치고 1부 후반부터 음악적 시너지를 내기 시작했다. 브람스 교향곡 1번을 연주한 2부에서 틸레만은 3년 전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내한했을 때처럼 예민한 박자 감각으로 곡에 생명력을 불어 넣었다.
객석 반응은 뜨거웠다. 황장원 음악 칼럼니스트는 "베를린 슈타츠카펠레가 고수해 온 독일의 전통적 사운드에 틸레만 특유의 개성과 해석이 잘 더해졌다"며 "오페라 지휘로 잔뼈가 굵은 틸레만의 스토리텔러로서의 해석이 잘 드러난 연주였다"고 평가했다.
악단 최초의 동양인 여성 악장인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30)의 활약도 눈부셨다. 이지영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은 "브람스 교향곡 2번의 정교한 합이 좋았다"며 "이지윤 악장이 2번 3악장에서 틸레만과 눈을 마주쳐가며 박자를 이어가는 모습과 그 순간 이뤄진 오케스트라의 전체적인 조화가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틸레만은 연주 전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와 함께 하는 브람스 교향곡 연주에 대해 "새로운 모험을 떠나는 기분"이라고 했다. 그는 2부 연주까지 모두 끝난 후 스스로도 만족스러운 듯 악장 이지윤에게는 볼키스 인사를, 객석에는 포디움에 매달리듯 기댄 채 머리 숙여 감사 인사를 건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별도의 앙코르 연주 없이 끝난 이날 공연을 올해 최고의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으로 꼽은 게시글들이 눈에 띄었다. 베를린 슈타츠카펠레는 3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브람스 3, 4번을 연주하며 브람스 교향곡 전곡(4곡) 연주 일정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