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폰 확 만들어 버려?"... 반(反)애플 투사가 된 머스크

입력
2022.11.29 16:30
24면
애플이 트위터에 광고 게재 중단한 게 발단
인앱 결제 수수료 30% 두고도 갈등 누적


도로 위 표지판이 두 갈래 길을 표시한다. '30% 지불(Pay 30%)'로 가는 길은 직진, '전쟁 개시(Go to war)'로 가는 길은 우회전이다. 여기서 일론(Elon)이 탄 세단 차량은 직진을 하는 듯하더니 갑자기 스티어링 휠을 휙 돌려 우회전을 택한다.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8일(현지시간) 자기 트위터에 올린 사진이다. 애플이 자사 애플리케이션(앱) 마켓인 앱스토어에서 앱 사업자들에게 최대 30%의 인앱 결제(앱스토어를 이용한 결제) 수수료를 강제 부과하는 것을 비판하면서 "애플과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머스크는 개인 차원에서 세계 최고 부호이고, 애플은 기업으로서 전 세계 시가총액 1위다. 최고 부자와 최고 기업의 막싸움. 머스크는 왜 이런 세기의 전쟁을 선포하게 된 걸까?


애플에 대놓고 싸움 건 머스크

이 싸움은 애플이 최근 트위터에 게재하던 광고를 끊은 게 발단이다. 머스크는 이날 트위터에 "애플이 트위터에서 광고를 대부분 중단했는데, (애플은) 미국에서 표현의 자유를 싫어하는 것인가"라며 애플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러면서 "애플이 앱스토어에서 트위터를 보류하겠다고 위협했다"고 폭로했다.

애플은 머스크의 도발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미국 언론들은 머스크의 말(애플의 위협 조치)을 대체로 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머스크 인수 후 트위터의 급격한 변화를 우려한 큰손 광고주들이 줄줄이 광고를 중단하고 있는 움직임이 뚜렷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애플은 앱스토어 운영 정책이 특히 엄격한 것으로 유명하다. △차별적 내용 △혐오 조장 △불쾌감을 주는 콘텐츠 △가짜뉴스 등을 제대로 검열하지 않는 앱은 앱스토어에 아예 등록해 주지 않거나, 추후 삭제하기도 한다. 트위터가 증오 발언이나 가짜뉴스 때문에 정지됐던 계정을 머스크 인수 이후 대거 사면한 사실을 감안하면, 애플이 트위터에 실제로 경고했을 가능성이 크다.

머스크, 애플 갑질에 저항하는 투사?

머스크의 주장처럼 애플이 트위터를 앱스토어에서 뺀다면, 트위터는 생존의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애플 앱스토어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함께 전 세계 앱 유통을 양분하고 있어, 앱스토어에서 사라지면 신규 가입자 유치는 물론 기존 가입자 유지도 어려워진다. 애플은 트위터 광고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지만 광고 시장에서 차지하는 상징성도 커서, 이탈 소식이 다른 광고주의 이탈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머스크는 이런 상황이 생기게 된 근본 원인을 '애플의 갑질'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애플의 인앱 결제 수수료 부과를 잇따라 지적하면서 "이것은 문명의 미래를 위한 전투"라고 거창한 의미까지 부여했다. 머스크는 최근 애플과 구글의 앱 시장 독과점 구조를 비판하며, 트위터가 퇴출되면 "대안 스마트폰을 만들겠다"고도 했다. 머스크가 언급한 대안 스마트폰엔 이미 '테슬라폰'이란 별칭이 붙었다.

애플의 시장 지배력 남용은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문제로 지적됐지만 별로 시정된 게 없다. 그러나 머스크는 세계에서 가장 돈 많은 사람이자,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전 세계가 주목하는 '파워 인플루언서'란 점에서 다른 차원의 전면전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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