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를 치른 지 3주가 지났다. 아직도 개표 중인 곳이 있고, 1위와 2위의 표차가 적어 재검표를 하거나 결선투표를 해야 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결론은 연방상원의 민주당 수성과 연방하원의 공화당 장악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이제 차분히 중간선거의 의미를 생각해 봄 직하다.
첫째,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4년 대선 도전에 경고등이 켜졌다. 애당초 트럼프의 계획은 공화당의 압승을 전제로 공화당 내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높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공화당이 압승을 거두지도 못했고, 주요 격전지에서는 트럼프가 지지하는 후보가 대거 낙선했다. 특히, 지난 2020년 대선에서 득표율 차이가 5%포인트 미만이었던 8개 주만 놓고 보면(표 참조), 지지후보의 약 28% 정도만 당선되었다. 트럼프 책임론이 나오는 이유이다.
둘째, 공화당 대선 주자로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급부상했다. 40대 중반인 디샌티스 주지사는 미국인들이 선호하는 '공적 마인드가 있는 능력자'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하버드 법대를 졸업하고 해군으로 복무한 뒤 검사를 하다가, 2013년 연방 하원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2018년 처음 주지사에 당선되었는데, 정치적인 언어는 트럼프보다 절제되고 실용적인 정책 집행력은 뛰어나다는 평이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19%포인트 차이로 상대 후보를 꺾으면서 공화당의 플로리다 싹쓸이를 주도했다. 더 중요한 점은 히스패닉 유권자의 50% 이상과 무당파의 60% 정도가 디샌티스를 지지해서, 앞으로 대선후보로의 확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셋째, 히스패닉의 정당 지지 패턴에 변화가 보인다. 소수 인종이기도 하거니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의 '불법이민자' 프레임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히스패닉은 민주당을 지지할 것이라고 당연시해 왔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히스패닉 유권자의 40%는 공화당을 지지했다. 히스패닉 남성의 공화당 지지율은 45%도 넘었다. 2020년 대선 때보다 7~9%포인트 증가한 것이고, 2016년에 비하면 12%포인트 이상 늘어난 것이다.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향후 정책 어젠다와 선거전략 수립에 큰 변화를 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넷째, 민주·공화 양당 중심의 정당 양극화가 누그러질 기미가 없다.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더 많은 표를 던졌던 연방하원 지역구의 90%에서 2022년 공화당 후보의 득표율이 증가했다. 반대로 2020년 바이든에게 더 많은 표를 던졌던 연방하원 지역구의 45%에서는 2022년 민주당 후보의 득표율이 늘었다. 양 정당의 지지자들이 더 강하게 결집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다섯째, 미국 의회선거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현역의원의 높은 재선율이 반복되었다. 연방상원의 현역은 전원 당선되었고, 연방하원도 고작 8명의 현역의원만이 신참에게 졌다. 그래서 이번 중간선거 당선자 중 현역의원 비율은 상원 79.4%, 하원 81.6%에 이른다. 이렇게 선거에서의 경쟁 정도가 낮아지면 정치인들이 유권자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을 인센티브가 낮아지기 때문에 경계해야만 한다.
여섯째, 많은 이들의 우려와 달리 절대 다수 후보가 선거 결과에 승복했다. 2020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정선거를 주장한 이후, 매우 많은 공화당 정치인들과 지지자들이 이에 동조해 왔다. 재검표를 시도하기도 했고 법적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으며, 심지어 의사당에 침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들의 대다수는 2022년 그들이 부정 덩어리라고 주장했던 선거라는 제도를 통해서 정치에 진입하려고 시도했다. 그리고, 자신이 선거에 패배하더라도 그 결과에 거의 모두 승복하고 있다. 미국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의 정당성(legitimacy)이 회복되고 있는 듯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