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배당제도 손본다… "배당금 알고, 투자 결정한다"

입력
2022.11.2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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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 초안 공개
상장 당일 공모가 가격제한폭 '400%' 확대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폐지… 연말부터 발표

한국의 주식 투자자들도 미국 등 주요국 주식시장 투자자처럼 기업의 배당금 규모를 먼저 확인한 뒤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공모주의 상장 당일 가격 제한폭도 기존 200%에서 400%까지 확대된다.

금융위원회는 28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책세미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 국제 정합성 제고 관련 정책과제 초안을 공개했다. 금융위는 해당 정책과제의 세부 내용을 다음 달부터 순차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먼저 배당제도가 '선 배당금 결정, 후 주주 확정'으로 개편된다. 현재는 매년 12월 말 배당받을 주주가 먼저 확정되고, 이듬해 3월이 돼서야 주주총회를 통해 배당액이 결정되는 구조다. 투자자들은 얼마를 배당받을지 모르는 상태에서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깜깜이 배당'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앞으로 주주 확정 전 배당금이 먼저 결정되면, 투자자는 배당금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기업이 배당을 확대할 유인이 커질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역시 은행 등에 배당과 가격 결정에 자율권을 보장해주기로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국내 금융투자업계 연구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은행·금융지주의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 및 가격결정 등에 금융권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존중하고 금융당국의 개입을 최소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금융당국은 또 공모주 청약 관행을 개선해 시장의 가격발견 기능도 강화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상장 당일 공모가 기준 가격 변동폭을 기존 90~200%에서 60~400%로 확대해 호가를 접수할 계획이다. '따상상상(시초가 2배 형성 후 3일간 상한가)'에 가까운 변동이 하루 만에 가능해지는 셈이다. 공모주는 통상 '따상' 후 거래절벽이 발생하거나 상장 직후 수일간 급등 후 급락하는 현상이 문제로 지적되는데, 적정 가격이 조기에 발견되면 이런 문제가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통상 기업공개(IPO) 과정 때마다 일부 기관 투자자들이 납입능력을 넘어서는 금액을 제시하는 '허수성 청약'도 제한하기로 했다. 주관사 자율로 기관유형별 납입능력 판단기준을 설정하고, 허수성 청약 발견 시 배정물량을 축소하거나 수요예측 참여 제한 등 페널티를 부여하기로 했다.

30년 넘게 유지된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 폐지한다. 등록제는 외국인의 사전등록을 의무화해 등록증을 발급하고 모든 매매 거래내역을 관리하는 제도로, 1992년 시장 개방과 함께 도입됐다. 금융위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개인 여권번호 등을 이용해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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