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익편취 논란' 이해진 공정위 칼날 피했다…부당 거래 논란은 계속될 듯

입력
2022.11.2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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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진 사익편취 의혹 빠져나가
공정위 "다나아데이터 영업 활동 없어"
지음 보유 대웅 지분가치는 18% 상승
시민단체 "현행법 빈틈 노린 것"


'신종 사익편취' 의혹을 받아온 이해진 네이버 GIO(글로벌투자책임자)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칼날을 일단 피하게 됐다. 한국일보가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 GIO가 받아온 개인 회사를 통한 ①사익편취와 ②네이버와 부당거래 의혹 등에 "해당 사안이 없다"고 판단했다. 공정위가 이 GIO의 사익편취 문제를 두고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시민단체와 야당 등에서 계속 "현행법의 허점을 이용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기 때문에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해진, 사익편취·부당 거래 족쇄 해소"



28일 업계에 따르면 이 GIO는 2011년 경영컨설팅과 투자를 주목적으로 하는 회사 '지음'을 세우고, 100% 주식을 보유했다. 지음은 주식회사 대웅 지분 4.95%를 확보했다. 대웅은 대웅제약 지분 41%를 보유 중이다. 문제는 대웅제약이 이 GIO가 창업한 네이버와 손을 잡고 2018년 '다나아데이터'를 세우면서 발생했다. 네이버는 의료사업 중 하나로 의료보건 빅데이터 기업을 만들었다.

이 GIO가 네이버 설립자로 경영에서 물러나고도 네이버의 굵직한 사안에 대한 의사 결정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이 입을 모으는 상황에서, 합작회사 설립 자체를 사실상 네이버의 이해진 개인 회사 밀어주기로 의심하는 시선이 있어왔다. 또 그가 네이버와 대웅제약의 합작회사 설립이라는 내부 정보를 이용해 대웅 주식을 확보했을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네이버 창업주 개인 회사가 지분을 보유한 대웅과 네이버가 합작하며 창업주 개인 재산을 늘려줬다는 주장이다. 실제 공정위는 이 GIO가 보유한 대웅 주식이 2018년 말 대비 18%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차익은 92억 원 수준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해당 의혹들에 모두 혐의 없다고 결론 내렸다. 공정위는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지음이 대웅 지분을 보유하고 대웅제약과 네이버가 다나아데이터 설립 전후 과정에서 법을 어긴 부분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부터 여러 차례 문제가 제기된 이후 공정위가 내놓은 첫 번째 공식 의견이다.

사익편취에 대해선 "지음이 투자한 대웅은 이해진 및 그 친족이 20% 이상 보유한 (네이버) 계열사가 아니므로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지음이 확보한 대웅 지분이 4.95%는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대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네이버와 대웅제약의 합작법인 설립 후 대웅 주가 상승으로 얻은 이 GIO의 주식 평가 가치 증가분 역시 "부당내부 거래로 규율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다나아데이터에 대한 네이버의 부당지원에 대해서도 "다나아데이터는 설립 이후 영업활동 거래 자체가 없어 부당지원에 대한 검토 실익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공정위는 "다나아데이터와 네이버 간 거래 여부를 모니터링하겠다"라고 밝혔다. 다나아데이터가 네이버 의료 관련 사업에 관여할 경우 언제든지 다시 들여다볼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으로, 논란이 계속될 가능성은 있다.





"김범수 케이큐브는 올해 안에 제재"



반면 비슷한 혐의로 공정위 심사를 받아온 카카오 창업주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법망을 빠져나가지 못했다. 현재 공정위는 김 센터장이 100% 지분을 보유한 케이큐브홀딩스가 카카오 등에 의결권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연내 제재 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국회 답변 자료를 통해 "케이큐브홀딩스가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규정을 위반한 행위는 조사가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또 케이큐브홀딩스와 카카오에 대한 구체적 제재안 논의 시점도 '12월 중'으로 잠정 결정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도 14일 간담회에서 케이큐브홀딩스 논란을 겨냥해 "플랫폼 기업 집단이 금융회사를 통해 주력 계열사에 의결권을 행사한 사건을 연내 심의해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케이큐브홀딩스는 11일 기준 카카오 지분 약 10.2%를 보유하고 있으며, 금융 및 보험이 주요 사업이다. 공정거래법은 금융사의 국내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김 센터장의 개인 회사 격인 케이큐브홀딩스는 2019년~2021년 카카오와 카카오게임즈 등에 의결권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민단체는 김 센터장이 개인 회사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강화했다고 지적해 왔다.



한편 국내 양대 플랫폼인 네이버와 카카오 창업주들이 잇따라 신종 사익편취 의혹에 휩싸이면서 관리 감독 체계를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장 시민단체와 야권에서는 공정위 결론에 추가 대응을 준비 중이다. 특히 지음이 보유한 대웅 지분 '4.95%'에 주목하고 있다. 이지우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는 "지음이 대웅 지분을 5% 이상 보유했으면 공시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일부러 4.95%로 유지하는 것으로 본다"며 "당장 법을 어기지 않았다고 해도 지음이 대웅을 통해 다나아데이터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숨기려는 의심이 강하게 든다"고 말했다.

국회에선 해당 문제를 지적했던 의원들이 집단 논의에 나설 예정이다. 공정위 해석에 문제는 없는지, 재벌의 사익편취 범위를 더 강하게 해석할 여지는 없는지 뜯어본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사익편취 수법이 다양해지는 만큼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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