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일본의 일부 축구 팬들이 군국주의 침략의 상징인 욱일기를 흔들고 응원을 펼쳐 논란이 일었다. 경기장 안전요원들에 의해 제지당하면서 상황은 서둘러 종료됐지만, 깔끔한 뒷정리를 뽐내며 외신으로부터 '완벽한 손님'이란 찬사까지 들었던 일본 관중들을 향한 호평이 무색해졌다는 지적이다.
전 세계 욱일기 퇴치 캠페인을 펼쳐 온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도 2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비판에 나섰다. 서 교수는 "이번 일로 인해 일본은 국제적 망신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다시는 욱일기 응원을 펼치면 안 된다는 좋은 교훈으로 삼아야만 한다"고 꼬집었다.
욱일기 응원은 메가 스포츠 행사 때마다 등장했지만, 주최 측에서 명시적인 제재를 가한 경우는 드물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선 일본 관중들의 욱일기 응원이 고스란히 TV로 생중계돼 전파를 타 논란이 일었다. 2020 도쿄 올림픽 당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욱일기 사용을 금지해달라는 한국 등의 요구에 모호한 태도를 밝혀 비판받았었다. 이번 월드컵 개막 전에도 도하의 대형 쇼핑몰인 '라구나 몰' 외벽에 얼굴에 욱일기를 그린 일본 응원단의 광고가 게재됐다가 현지 교민 등의 항의로 철거된 일도 있었다.
이번 욱일기 논란에서 주목할 건 국제축구연맹(FIFA)의 발빠른 대응이었다. 서 교수는 "FIFA가 욱일기 응원을 공식적으로 제지한 것이라 아주 큰 의미가 있다"며 "아시아 축구팬들뿐 아니라 전 세계 축구팬들을 존중하는 너무나 적절한 조치였다"고 짚었다.
FIFA의 변화는 조금씩 감지됐다. 앞서 25일 잉글랜드와 미국 간 조별리그 B조 경기에서 십자군 복장을 한 잉글랜드 팬들의 입장도 제지하면서다. FIFA 관계자는 영국 일간 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아랍 지역의 입장에서 십자군 복장은 무슬림에게 불쾌할 수 있다"며 "FIFA는 모든 행사, 활동에서 차별 없는 환경을 꾸리고 다양성을 키우려 한다"고 밝혔다. 십자군 전쟁은 그리스도교 원정대와 이슬람 세력 간 벌어진 종교전쟁이다.
서 교수는 "이런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건, 지난 러시아 월드컵부터 욱일기의 문제점에 관해 FIFA 측에 꾸준히 항의를 함께 해준 우리 누리꾼들 덕분"이라고 공을 돌리며 "전 세계 모든 스포츠 경기에서의 욱일기 응원을 다 퇴출시킬 수 있도록 더 힘을 모아 보자"고 독려했다. 서 교수는 카타르 월드컵 개막 전부터 '욱일기 응원'이 등장하면 제보해달라고 당부하는 등 욱일기 퇴치 캠페인에 앞장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