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를 향해 꼭꼭 걸어 잠갔던 관광 문호를 다시 개방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초토화된 자국 관광산업을 일으키기 위해 서방 중심의 제재 행렬에서 이탈하려는 것이다. 푸껫 등 태국 유명 관광지에는 벌써부터 러시아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향후 관광산업 외에도 태국과 러시아의 경제 협력 지점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네이션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태국 정부는 지난달 30일부터 러시아-푸껫 직항 노선 운항을 재개했다. 앞서 태국 정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키자 지난 3월 양국 정규 노선 대부분을 폐쇄하며 국제사회 제재 움직임에 호응한 바 있다. 태국 관광청 관계자는 약 7개월 만에 양국 직항 노선을 재개한 이유에 대해 "러시아인들의 푸껫 방문 수요가 충분한 것으로 파악했다"고만 설명했다.
추운 겨울, 따뜻한 동남아를 여행하는 게 삶의 낙이었던 러시아인들은 너도나도 푸껫행 비행기를 끊고 있다. 실제로 이달 1~10일 푸껫을 찾은 7만5,247명의 국제 관광객 중 러시아인은 전체 24.4%에 해당하는 1만8,370명에 달했다. 푸껫 여행업계 관계자는 "예상보다 더 많은 러시아인들이 푸껫을 찾아 모두 놀란 분위기"라며 "넘쳐나는 러시아인들을 맞으려는 식당과 술집이 뒤늦게 손님맞이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태국이 국제사회의 눈총을 받아 가며 러시아에 관광 문호를 다시 개방하는 건, 그동안의 관광 산업 통계를 보면 이해가 가능하다. 코로나19 이전, 러시아는 연평균 150만 명이 태국을 찾아 30억 달러 이상의 관광 수입을 안겨준 고마운 손님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직전인 지난 2월 상황도 비슷했다. 같은 달 외국인 관광객 시범 개방지로 선정된 푸껫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1위는 러시아(1만7,599명) 차지였다.
하지만 전쟁 발발 이후 푸껫은 러시아인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썰렁해졌다. 관광객 급감에 푸껫 지역 경제 역시 흔들렸다. 5만여 개에 달하는 호텔 객실 이용률은 평균 7%에 불과했고, 30만 명의 관광 산업 종사자 대부분은 일자리를 잃고 섬을 떠났다. 2019년에만 989만 명의 국제관광객이 방문한 푸껫의 '대몰락'인 셈이다. 푸껫은 지난 코로나19 기간 최소 128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러시아를 통해 다시 일어서려는 푸껫의 꿈은 현재진행형이다. 중앙정부 역시 러시아 정부와 관계 회복을 시도하며 전방위 지원사격에 나섰다. 동남아 외교가 관계자는 "중립-실리 외교 기조를 가진 태국이 지난 9월 모스크바를 직접 방문해 러시아산 비료·식품·연료 수입 확대를 약속하는 등 개별 행동에 나섰다"며 "자국민의 해외 이동, 관광산업 부흥이라는 이해관계가 맞는 양국은 당분간 다양한 분야에서 우호 협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