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물러나라”… 중국 제로 코로나 반대시위 확산

입력
2022.11.27 22:23
17면
“공산당 물러나라! PCR 원하지 않는다!”
베이징·상하이 등 대도시, 대학가서 확산

중국 주요 도시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3년 가까이 이어진 봉쇄에 질린 시민들 사이에서는 “시진핑 물러나라! 공산당 물러나라!”는 구호까지 등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27일 AP·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수도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서 25~27일 성난 주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항의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우루무치의 봉쇄를 해제하라, 신장의 봉쇄를 해제하라, 중국의 모든 봉쇄를 해제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의 시위는 지난 24일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의 봉쇄 지역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로 10명이 숨진 것이 도화선이 됐다.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아파트를 봉쇄하기 위한 설치물들이 신속한 진화를 방해했다는 등의 주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급속히 확산되자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온 것이다.

우루무치 시 당국은 25일 밤늦게 기자회견을 열어 화재 지역이 코로나19 '저위험 지역'이어서 당시 아파트는 봉쇄되지 않았고, 아파트 앞에 주차된 차량 탓에 소방차의 진입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는 성난 민심을 달래지 못했다.

우루무치 참사에 항의... 상하이 우루무치중루서 시위

26일 밤 상하이 우루무치중루에서는 수백∼수천 명이 거리로 몰려나와 우루무치 참사에 항의하며 분노를 표출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상하이 우루무치중루는 신장 우루무치를 따서 지은 이름으로 위구르인들이 모여 사는 동네다. 로이터통신은 우루무치중루에서 벌어진 항의 시위가 27일 새벽까지 이어졌다고 전했다.

AP통신은 중국 내 SNS에 올라온 시위 관련 영상들은 즉시 삭제됐지만, 현지인들에 따르면 많은 주민이 상하이 우루무치중루에 모여 헌화하고 '11월 24일 우루무치에서 죽은 이들의 명복을 빈다'는 내용의 메모와 함께 촛불을 켜 놓았다고 전했다.

AP통신은 "처음에는 평화적이었던 시위가 27일 오전 3시쯤 폭력적으로 변했고 수백명의 경찰이 시위대를 에워싸며 진압했다"며 경찰이 여러명을 연행했고 오전 5시쯤 시위대를 완전히 해산시켰다"고 전했다. 시위에 참여한 자오모 씨는 "친구 한 명은 경찰에 두들겨 맞았고 두 명은 최루탄을 마셨다"며 “시위대는 ‘PCR(유전자증폭)을 원하지 않는다. 자유를 원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고 말했다.

수도 베이징 아파트 주민 집단행동... 베이징대, 시진핑 모교 칭화대서도

26일 수도 베이징에서도 주민들이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집단 항의하는 보기 드문 일이 벌어졌다. 베이징 차오양구 일부 아파트에서는 주민들이 경찰의 출동에도 약 1시간 동안 봉쇄 해제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며 집단행동을 벌였다.

같은 날 중국 최고 명문 베이징대에서도 수 백명의 학생이 '봉쇄에 노(NO), 자유에 예스(YES)라고 말하라', '코로나 검사에 노, 음식에 예스라고 말하라'라는 구호가 붉은 페인트로 칠해진 벽 앞에 모여 시위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 보안요원들은 페인트가 칠해진 벽에 검은 천을 덮고 이들을 제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진핑 주석의 모교인 칭화대에서도 27일 학생 수백 명이 중국 당국의 검열에 항의하는 뜻으로 백지를 든 채 “'PCR(유전자증폭) 검사 그만”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SNS에 올라온 명단에 따르면 중국의 50개 대학에서 시위가 벌어졌다"고 전했다. 청두, 난징, 광저우 등의 지역에서도 26일 밤 시위가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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