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 총파업이 닷새째에 접어든 28일 국토교통부와 화물연대가 마주 앉는다. 파업 시작 후 노정의 첫 공식 대화다. 산업 현장 피해가 불어나고 있는 만큼 양측 모두 위기 의식을 갖고 교섭에 나서야 한다.
국토부에 따르면 주말 전국 12개 항만의 물류량이 평소의 20% 미만으로 주저앉았다. 시멘트와 콘크리트 운송이 연쇄 차질을 빚으면서 건설 현장 셧다운이 코앞이다. 철강 재고가 더 쌓이면 제철소가 멈춰 서게 생겼다. 석유화학 공장도 제품이 반출되지 못해 가동이 중단될 위기다. 한국무역협회에는 납품 지연으로 위약금을 물거나 거래선이 끊겼다는 기업들의 신고가 잇따랐다.
중재해야 할 정부는 화주들의 비난을 거들며 화물연대를 압박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무책임한 운송 거부를 지속한다면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포함해 여러 대책들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썼다. 29일 국무회의 때 업무개시명령이 의결될 가능성까지 나온다. 25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노조가 죽어야 청년이 산다는 말까지 생겼다”고 한술 더 떴다. 노동자들에게 생계 수단과 결사의 자유를 빼앗겠다는 겁박으로 들릴 극단적 표현은 사태 해결에 걸림돌이 될 뿐이다.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과 품목 확대 논의’를 약속해놓고 5개월간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 정부와 국회의 무책임이 더 크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26일 “(노정이) 만난다고 해서 화물연대의 일방적 주장에 대해 국토부가 새롭게 얘기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대화 시작도 전에 선부터 그어버리면 협상의 여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지 않나. 안전운임제 일몰은 정부 결정대로 3년 연장하되 적용 확대 품목은 화물연대 요구보다 적은 3개로 타협하자는 야당의 '3+3' 절충안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 첫 교섭이 성과 없이 끝난다면 노정 갈등과 산업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거란 우려가 높다. 화물연대 역시 강경 일변도에서 벗어나 열린 마음으로 대화에 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