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는 '불야성'인데... 암흑으로 뒤덮인 키이우

입력
2022.11.26 18:00
러시아의 기반시설 공습으로 '블랙아웃'된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등 불밝힌 주변국에 비해 칠흑 같이 어두운 밤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에서 밀려난 러시아가 대규모 미사일 공습을 감행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역이 대규모 정전사태에 빠졌습니다.

러시아는 지난 23일 겨울철 우크라이나의 전의를 약화시키기 위해 전기 등 에너지 기반시설에 70여 발의 순항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집중했습니다. 이번 공격으로 우크라이나의 원전 4곳이 동시에 가동을 멈췄는데요, 전력 대부분을 원자력발전에 의지하다 보니, 전국적으로 전력 공급에 큰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날 미 항공우주국(NASA)이 밤 시간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 지역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살펴보면 사태의 심각성이 확연히 드러납니다. 마치 불야성을 이룬 듯한 모스크바는 물론, 벨라루스의 민스크와 그외 중소 도시들도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는 데 반해 우크라이나는 수도 키이우 정도만 약한 불빛이 보일 뿐 전국이 암흑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에 휩싸인 키이우의 모습은 최근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촬영한 세계 주요 도시의 야경 사진과도 대조적입니다. 서울을 비롯해 런던과 파리, 베를린 등 주요 도시가 밝은 조명으로 인해 대낮처럼 밝게 보입니다. 러시아의 침공이 아니었다면 키이우도 다른 유럽의 대도시처럼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을 테지요.

현지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대규모 공격은 갑작스런 정전으로 인한 불편 수준을 넘어 우크라이나 주민들의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일부 지역이 이미 영하권에 접어드는 등 겨울이 시작된 가운데, 전기는 물론 난방, 수도 등 주요 기반시설이 심각하게 파괴되면서 주민들은 혹독한 환경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병원마저 전력이 끊겨 응급환자조차 의료진이 헤드랜턴에 의지한 채 수술을 해야 하고, 전방뿐 아니라 후방 지역 주민들마저 난방, 전기, 가스, 물 공급 없이 두려움 속에서 사투를 벌여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입니다. 문제는 아직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우크라이나의 겨울 날씨는 돈바스 지역의 경우 3월까지도 영하 20~30도를 기록할 정도로 매우 혹독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기반시설 집중 공습에 대해 "에너지 테러는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하는 것과 유사하다"면서, "에너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질 때 에너지 시설을 타격해 수천만 명이 전기, 난방, 물 없이 방치되게 하는 것은 명백한 반인륜적 범죄"라고 규탄했습니다.


서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