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브랜드 디자인의 시작점인 ‘포니 쿠페 컨셉’ 복원 프로젝트 가동

입력
2022.11.25 06:30

현대차 지난 1974년,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서 현대차가 선보였던 ‘포니 쿠페 컨셉’을 원형 그대로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이번의 ‘복원 프로젝트’는 단순히 현대차 내부의 결정과 행동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포니 쿠페 컨셉을 그려냈던 조르제토 주지아로(Giorgetto Giugiaro)와의 협업으로 진행되어 ‘오리지널리티’에 대해 더욱 큰 의미를 선사한다.

현대차는 이러한 내용을 알리기 위해 미디어 관계자들을 상대로 토크 콘서트 형태의 행사를 개최했다. 더불어 사전에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그리고 포니가 양산됐던 울산 공장을 방문하는 시간을 가졌다.

현대아가 마련한 디자인 토크 행사는 현대차그룹 인재개발원 마북캠퍼스 비전홀에서 주지아로와 현대차그룹 CCO(Chief Creative Officer)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 현대디자인센터장 이상엽 부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행사에 참석한 조르제토 주지아로는 포니와 포니 쿠페 콘셉트를 디자인했던 과정과 소회, 그리고 개인적 의미 등을 설명했으며, 당시 포니 개발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현대차 임직원들이 보여줬던 다양한 일화들도 소개했다.

특히 ‘현대 스피드’로 명명되는 당대의 빠르고 기민한 업무 프로세스를 언급했다. 실제 당시의 현대차는 조르제토 주지아로와의 만남 이후 1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제 모델을 선보일 정도로 빠른 업무 속도를 과시했다.

게다가 조르제토 주지아로는 “자동차 산업, 그리고 대량 생산 체제가 모두 갖춰진 유럽과 달리 당시의 대한민국의 산업 상태에서 포니의 대량 생산은 어려움이 있었을 거라 생각했으나 훌륭한 차량이 생산됐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대중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던 포니 쿠페 컨셉에 대해서도 다양한 이야기가 전해졌다. 포니와 함께 선보인 포니 쿠페 컨셉은 쐐기 모양의 노즈와 원형의 헤드램프, 종이접기를 연상케 하는 기하학적 선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비록 양산에 이르지 못하고 유실됐지만, 현재까지도 다양한 방식으로 현대차 디자인에 영향을 미쳤고 이후 다른 브랜드, 그리고 여러 차량들에도 영향을 주며 ‘특별한 디자인’을 품은 차량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특히 행사에 참석한 이상엽 부사장은 “오리지널 포니와 포니 쿠페 콘셉트는 세계적으로 디자인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아이오닉 5’와 ‘N Vision 74’ 등 여러 모델에 영향을 미친 특별한 작품”이라며 그 의미를 강조했다.

실제 올해 공개돼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고성능 수소 하이브리드 롤링랩(Rolling Lab) ‘N 비전 74’에 영향을 줬다. N 비전 74는 포니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추억을, 젊은 세대에는 ‘사이버 펑크’의 감성을 선사했다.

이번 행사의 백미는 바로 ‘새로운 프로젝트’의 발표였다. 현대차는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설립한 이탈리아 디자인 회사인 ‘GFG 스타일’과 공동으로 포니 쿠페 콘셉트를 복원하기로 하고, 내년 봄 최초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복원 프로젝트는 포니 개발을 통해 정주영 선대회장의 수출보국 정신과 포니 쿠페를 앞세워 글로벌 브랜드로 나아가고자 했던 당시 임직원들의 열정을 되짚고 ‘현대차의 헤리티지’를 정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은 “세계적 디자인 거장인 주지아로와 함께 협력하게 돼 기쁘다”며 “이 프로젝트는 역사적 가치 측면뿐 아니라 앞으로 더 많은 교류를 이어 가기 위한 시작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조르제토 주지아로는 “포니를 디자인한 시절 대한민국과 현대차의 디자인을 맡아 뿌듯했다”며 “현대차의 브랜드 유산을 기념하는 포니 쿠페 콘셉트 복원 프로젝트에 힘을 보태게 돼 매우 영광이다”고 밝혔다.

한편 조르제토 주지아로는 이탈리아 디자인 회사인 ‘GFG 스타일’의 설립자 겸 대표로서, 포니와 포니 쿠페 디자인을 시작으로 포니 엑셀, 프레스토, 스텔라, 쏘나타 1, 2세대 등 다수의 현대차 초기 모델들을 디자인했다.

1999년에는 자동차 산업에 끼친 지대한 영향력을 인정받아 전세계 자동차 저널리스트로부터 ‘20세기 최고의 자동차 디자이너’에 선정됐으며, 2002년에는 ‘자동차 명예의 전당’에 오르기도 했다.

모클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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