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골보다 값진 선방쇼가 펼쳐지고 있다. 각국 골키퍼들은 ‘거미손’을 자랑하며 자국에 귀중한 승점을 챙겨주고 있다.
일본의 곤다 슈이치(33·시미즈)는 지난 23일 카타르 알라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독일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무려 8개의 선방을 기록하며 2-1 역전승의 초석이 됐다. 이날 독일의 유효슈팅 9개 중 페널티킥을 제외한 모든 슈팅을 막아낸 것이다.
특히 후반 24분부터 약 20초간 이어진 4차례의 ‘슈퍼 세이브’는 이날 경기의 최대 하이라이트였다. 곤다는 요나스 호프만(30·묀헨글라트바흐)의 슈팅을 쳐낸 뒤 세컨드볼을 노린 세르주 그나브리(27·뮌헨)의 2차 슈팅까지 막아냈다. 곧이어 다비트 라움(24·라이프치히)의 크로스를 이어받은 그나브리의 헤더슈팅을 3차로 쳐냈고, 그나브리의 리바운드 슈팅마저 막아냈다. 곤다는 이날 동점골과 역전골을 기록한 동료들을 제치고 맨 오브 더 매치(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이번 대회 최초 이변의 주인공인 사우디라아비아의 무함마드 우와이스(31·알힐랄)도 아르헨티나의 유효슈팅 6개 가운데 5개를 막아냈다. 이 역시 페널티킥을 제외한 모든 슈팅을 막아낸 결과물이다. 아르헨티나는 경기 초반부터 사우디아라비아의 골문을 두드렸지만, 우와이스는 창보다 강한 방패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특히 후반 18분 골문 앞에서 절호의 기회를 맞이한 니콜라스 타글리아피코(30·리옹)의 슈팅을 깔끔하게 처리하며 팀의 2-1 리드를 지켜냈다.
비록 득점은 나오지 않았지만, 폴란드와 멕시코의 경기는 양팀 골키퍼의 선방대결로 쏠쏠한 재미를 선사했다. 멕시코의 기예르모 오초아(37·아메리카)는 ‘득점 기계’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34·바르셀로나)의 페널티킥을 막아내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오초아의 페널티킥 선방에 가려지긴 했지만, 이날 폴란드 수문장 보이치에흐 슈쳉스니(32·유벤투스)의 활약 역시 빛났다. 그는 5개의 선방을 선보이며 오초아(3개)보다 더 바쁘게 움직였다. 또 전성기 시절에 비해 참담한 수준의 경기력을 보인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도 안드리스 노퍼르트(28·헤이렌베인)의 4차례 선방으로 세네갈에 진땀승을 거뒀다.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맹활약을 펼친 각국 골키퍼들은 대회 최고 수문장에게 주어지는 골든 글러브(기존 야신상)를 두고 더욱 치열한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현재까지의 활약상을 감안하면 포지션 구분 없이 시상하는 골든볼(최우수 선수상)까지 노려볼 수도 있다. 월드컵 역사상 골든볼을 수상한 골키퍼는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독일의 올리버 칸이 유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