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인수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 불어닥친 후폭풍이 거세다. 지난달 말 440억 달러(약 62조 원)에 머스크에게 인수된 트위터는 이후 인력 구조조정 등을 포함한 대규모 체질 개선 과정에서 상당한 파열음부터 낳고 있다. 운영방식 또한 회의적이다. 당장 폭력과 인종주의 조장 등으로 인해 계정이 영구 정지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음악가 예(카녜이 웨스트) 등의 계정 정지가 풀리고 있다. 일각에선 수익성을 최우선한 머스크 CEO의 경영 방침을 감안할 때 트위터 서비스의 전면 유료화 시각도 흘러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기 유명인들의 트위터 탈출 또한 이어지고 있다. 유명 배우 우피 골드버그와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 제작자 숀다 라임스 및 그래미 수상자 세라 버렐리 등이 트위터를 등진 대표적인 인물이다.
일반 트위터 이용자도 예외는 아니다. 예전 모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트위터 이용자들 사이에선 이미 SNS 갈아타기가 시작된 모양새다. 하지만 SNS 원조격인 트위터를 대신할 만한 서비스 찾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 플랫폼인 비즈니스오브앱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트위터의 월간 활성 이용자(MAU) 수는 약 4억5,000만 명 규모다.
일단, 가장 먼저 트위터 망명족들이 둥지를 튼 곳은 '마스토돈'이다.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전 100만 명 이하였던 월간 활성 사용자 수가 250만 명을 돌파했다. 트위터와 유사한 단문형 SNS로서 단문 전송(마스토돈에선 트윗 대신 '툿(toot·코끼리가 내는 '뿌' 소리를 뜻함)'이라고 불렀지만, 최근 발행(publish)으로 바뀌었다)과 팔로우, 남의 단문을 재확산하는 부스트(트위터의 리트윗), 해시태그 등이 적용돼 기능적으로도 비슷하고 외형도 유사하다.
독일 소프트웨어 개발자 오이겐 로흐코가 2016년에 처음 출시한 마스토돈은 '무료 오픈소스 분산형 SNS'를 표방한다. 트위터라는 단일 주체가 제공하는 중앙형 서비스인 트위터와 달리, 마스토돈은 여러 개의 서버로 나뉘어 운영된다. 누구나 여건만 되면 서버를 설립해 운영할 수도 있지만, 서버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책임도 져야 한다. 트위터의 창업자 잭 도시는 트위터를 "하나의 기업"으로 만든 것을 후회한다면서 최근 '블루스카이'라는 소셜 미디어 공용 프로토콜을 제작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는데, 마스토돈이 그 모델을 어느 정도는 실현한 셈이다.
마스토돈 네트워크엔 현재 7,600개가량의 접속 가능 서버가 운영되고 있다. 이용자는 동일한 서버 사용자의 메시지(로컬)는 물론 해당 서버와 연결된 다른 서버의 메시지(연합)도 볼 수 있다. 다른 서버의 메시지를 받느냐, 혹은 받지 않느냐는 서버 운영진의 권한이다. 일부 마스토돈 서버는 특정 서버가 봇(자동화된 계정)이 많거나, 혐오 발언이 잦다는 이유로 차단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마스토돈 네트워크에 진입하기 위해선 수많은 서버 중 아무 서버에나 계정을 하나만 만들면 된다. 하지만 이렇게 만든 계정은 해당 서버의 규칙을 지켜야 하며, 규칙을 위반했는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운영진의 몫이다. 또 서버가 운영 중단이나 폐쇄를 결정하면 이용자는 해당 서버에 만든 계정을 잃어버리게 된다.
이 때문에 오랫동안 트위터를 이용하던 사람들은 마스토돈의 때로는 '빡빡한' 서버별 규정에 혼란을 느끼고 있다. 멋대로 '툿'을 하다가 규정을 어기고 밴을 당하거나 적응하지 못해 트위터로 돌아가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마스토돈 이용자들은 "자신이 규정에 동의할 수 있는 안정적인 서버를 찾아 가입하는 것이 제일 좋다"고 밝혔다. 다수의 서버에 각각 계정을 개설하는 것도 방법이다.
마스토돈이 '대세'라면, 2019년 공개된 모바일 응용소프트웨어(앱) '하이브 소셜'은 '벼락 스타'다. 트위터나 마스토돈같이 컴퓨터로 접속할 수 있는 SNS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난 주말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갑작스레 관심이 급증하면서 내려받기 횟수는 200만, 활성 이용자 수는 100만을 처음으로 넘겼다. 24세 여성 창업자 카산드라 폽과 다른 1명의 개발자가 운영하던 이 앱은 갑자기 폭주하는 이용자에 대응하느라 곤란을 겪고 있다.
하이브는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의 특징을 두루 갖춘 SNS다. 트위터처럼 단문 공유가 가능하고 이용자들이 타인의 계정을 팔로우하는 개념을 택하고 있다. 하지만 단문 대신 장문도 업로드할 수 있고 사진 게시물만 따로 인스타그램처럼 모아 보는 것도 가능하다. 해시태그별 타임라인이 따로 있는 점도 특징이다. 2021년 '틴 보그'에서 소개한 글에 따르면, 마이스페이스처럼 자신의 계정에 배경음악을 올려놓는 기능도 있는데, 현재는 작동하지 않는다.
하이브는 특히 인종주의와 혐오발언에 '불관용' 원칙을 천명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트위터는 기존에도 혐오발언을 제대로 제재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곤 했지만, 과거 이 문제 때문에 제재를 받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롯한 이용자들이 일부 복귀 처리되자 트위터 이용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고조됐다. 이 가운데 영어를 사용하는 문화계 종사자와 온라인 크리에이터들을 중심으로 하이브가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너도나도 설치하고 가입하는 흐름이 형성됐다.
다만, 이제 3년 된 하이브는 각종 버그에 취약하다. 창업자인 폽은 최근 개발자 1명을 더 채용했지만 3명이서 모든 문제에 대응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아직까지 하이브 이주자들 사이 분위기는 좋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대체로 인내하며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과거에도 이미지 중심 SNS 인스타그램에 대한 여론이 나빠졌을 때 비리얼(BeReal)이라는 대체 SNS가 주목을 받았다가 사그라든 것처럼, 이런 지지 여론이 언제까지고 계속 이어질 거라 말할 수는 없다.
일론 머스크만큼 트위터에서 영향력과 영광을 누렸던 인물을 찾는다면 단연 도널드 트럼프다. 늘 트위터를 쳐다보다 대통령이 됐지만 백악관에 들어가서도 그는 매일 새벽 보수 성향 매체인 폭스뉴스를 열혈 시청하며 '폭트(폭풍 트윗)'를 날리곤 했다. 그의 트위터 계정 'RealDonaldTrump'는 최고의 뉴스 메이커였다.
임기 말에 의회의사당 침탈 시위를 응원하다가 계정이 영구 정지된 후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SNS 활동을 그리워한 많은 지지자와 적지 않은 반대 진영 그룹이 존재했다. 결국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트루스 소셜'이라는 자신만의 SNS를 만들었다. 하지만 머스크가 그의 트위터 계정 정지를 해제했음에도 트럼프는 바로 트위터로 돌아오지 못했다. 표면상으론 "관심 없다"인데,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는 트루스 소셜과 계약이 돼 있어 자신의 SNS 단문은 무조건 트루스 소셜에 가장 먼저 올려야 하는 처지다.
인종 차별이나 현실 폭력 조장 등의 사유로 종종 SNS에서 제재를 받아 온 극우주의자들은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는 '대안 SNS'를 일찌감치 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탈을 전후해 이들은 팔러(Parler), 갭(Gab), 게터(Gettr)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이들 말고도 이런저런 이유로 '트위터의 대안'을 자처한 SNS도 있다. 아미노(Amino)와 래프터(Raftr) 등은 청년층 중심의 SNS임을 강조했다. 트라이벌 소셜(Tribel Social)이나 카운터 소셜(Counter Social), 코호스트(CoHost)는 트위터에서 구현되지 않아 아쉽다 싶은 기능(장문 쓰기, 포스트된 글 편집하기 등)을 조금씩 추가해 만든 SNS이다. 대만 이용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플러크(Plurk)처럼 특정 지역에서 인기가 있는 트위터형 마이크로블로그 SNS도 존재한다.
'트위터 위기설'로 이용자들이 특히 고민에 빠진 이유는 지난 몇 년 동안 트위터를 사용하면서 팔로우로 쌓인 관계를 다른 곳에서 재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트위터는 페이스북처럼 개인의 신원이 비교적 뚜렷이 드러나는 SNS와 달리 본인을 숨기고 다양한 정체성을 표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혀 왔다. 하지만 이는 '트위터식 유대'를 다른 SNS에서 이어가기가 어렵다는 의미기도 하다.
어쨌든 트위터 이용자 가운데는 이번 트위터 위기설을 기회로 삼아 성격이 다른 기존의 SNS나 커뮤니티 사이트를 공개하고, 여기서 트위터 인맥을 유지하려는 시도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흐름 속에 특히 블로그 서비스인 텀블러(Tumblr) 이용자가 갑작스레 늘어났다. 트위터(2006년)와 창립 시점에 별 차이가 없는(2007년) 텀블러는 움직이는 그림(움짤)과 영상의 산실로 오랫동안 사랑을 받았으나, 2018년 불법 콘텐츠의 확산을 차단하려는 목적으로 모든 성인 콘텐츠를 금지한 것을 계기로 이용이 크게 줄었다.
트위터와는 성격이 다른 SNS인 개인 정보 중심의 페이스북, 이미지 중심인 인스타그램과 핀터레스트, 쇼트클립(영상) 중심인 틱톡, 블로그 사이트인 미디엄과 서브스택, 개인 경력 정보 사이트인 링크드인 등의 주소를 공유하며 연결을 이어 나가려는 이들도 있다. 한국 트위터 이용자들 가운데선 카카오톡, 라인, 텔레그램 등의 채팅 앱에서 단체 채팅방(단톡방)을 만드는 것도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주로 게이머들이 게임 중 음성채팅을 위해 활용하는 디스코드를 온라인 소통 커뮤니티로 이용하려는 시도가 나타났다.
사실 트위터의 대안이라며 거론되는 SNS는 많고, 아예 지금부터 '제2의 트위터'를 만들겠다는 개발자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많은 '피난민'들이 다른 SNS나 커뮤니티 등에 적응하는 것에 어려움을 호소하며 다시 트위터로 돌아오고 있다. 트위터가 지금까지 쌓아 온 영향력과 수많은 이용자들이 이미 존재하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트위터에서 이용자가 금방 이탈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BBC방송은 SNS에도 탄생과 성장, 쇠퇴와 죽음이라는 '생명 주기'가 존재할 수 있다고 봤다.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로 인한 이용자 이탈은 하나의 사건일 뿐이고, 장기적으로 트위터를 대체할 수 있는 SNS가 나타난다면 트위터는 경쟁에서 패배해 자연스럽게 서서히 이용자를 잃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방송은 과거의 사례로 마이스페이스를 들었다. 마이스페이스는 과거 최대 3억 명의 이용자를 확보했지만, 페이스북과의 경쟁에서 패한 후 쇠퇴하다 사용자 600만 명 규모의 온라인 커뮤니티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미니홈피와 미니룸 꾸미기로 인기를 모았던 싸이월드가 이용자 감소에 시달리며 폐쇄했다가 부활했으며, 트위터와 유사한 서비스 미투데이 역시 운영이 중단됐다.
많은 이용자들은 트위터를 다른 SNS와 병행하거나 계속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언젠가 이들이 어떤 형태로든 트위터를 떠나야 한다는 사실 또한 분명하다. 머스크가 종종 꺼내고 있는 '트위터 유료화' 혹은 '프리미엄화' 신호는 앞날에 큰 먹구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여론조사업체 모닝컨설트는 트위터 이용자들을 조사한 결과 70%가 트위터가 유료화할 경우 돈을 지불할 의사가 없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뉴욕타임스는 SNS 컨설턴트와 전문가들을 인용해 "긴급한 상황에 대비해 SNS 개인 계정의 자료와 연락처를 늘 백업(별도로 저장)하는 한편, 하나의 플랫폼에 얽매이지 말고 여러 곳에서 동시에 활동하라"고 제안했다. 중요한 것은 트위터가 우리의 삶에서 사라지더라도, 그 자리를 채울 사람들과의 관계를 만들 수단은 어떻게든 나타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