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감축 투자에 인센티브 주고 배출권 거래는 증권사에 위탁

입력
2022.11.24 15:47
尹 정부 '배출권 할당위원회' 첫 회의
추경호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 추진"

내년부터 온실가스가 더 적게 나오는 시설을 짓는 기업에 정부가 더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 거래가 뜸한 배출권 시장을 자극할 촉매로는 증권사를 활용한다. 시장 원리를 적용해 탄소 배출 저감 노력을 활성화한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정부는 24일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배출권 할당위원회’ 회의를 열어 ‘배출권 거래제 개선 방안’을 의결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뒤 이 회의가 열린 것은 처음이다. 배출권 거래제는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권을 할당하는 식으로 업체별 배출 허용치를 미리 정해 주되, 배출권이 모자란 기업과 남는 기업이 권한을 사고팔 수 있게 허락하는 제도다. 현재 733곳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들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비중이 국가 전체의 70%에 이른다.

개선안에는 우선 유인책(인센티브)을 제공해 기업으로 하여금 온실가스 감축에 투자하도록 이끄는 방안이 담겼다. 온실가스 저감 고효율 시설을 신설하거나 증설하는 경우 시설을 늘릴 때 원래 추가 할당되는 배출권보다 더 많은 배출권을 주겠다는 것이다. 저탄소 친환경 원료를 쓰는 경우에도 혜택이 주어진다. 예컨대 바이오 납사(나프타)로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면 그것을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인정해 배출권 제출 의무를 일부 면제하는 식이다.

배출권이 필요한 곳에 적절히 배분되도록 거래 시장을 활성화하는 대책도 개선안에 포함됐다. 지난해 배출권 거래량이 5,472만 톤인데, 제3차 계획기간(2021~2025년) 연평균 배출권 허용 총량(6억970만 톤)의 10%에도 못 미친다. 일단 정부는 증권사가 유가 증권 거래에 전문성이 있는 만큼 배출권을 위탁받아 거래할 수 있도록 허가한다는 방침이다. 지금은 시스템을 통해 직접 기업이 배출권을 사고팔아야 한다. 더불어 정부는 선물 거래를 도입, 기업들이 배출권 가격 변동에 따른 위험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행정 절차 간소화와 규제 완화도 정부가 추진하는 개선 사항이다. 예컨대 기업이 해외에서 거둔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국내 배출권으로 쉽게 바꿀 수 있도록 소관 부처와 환경부로 이원화된 검토 절차를 동시 진행하고, 현재 연간 업체별 20%인 저감 효율 측정 대상 온실가스 감축 설비 비율을 10%로 줄여 전자산업계의 부담을 덜어 주는 것 등이다.

이번 개선안은 연내 해결 가능한 단기 과제 위주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지침 개정 등을 통해 연말까지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별도로 정부는 지난해 상향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ㆍ2018년 배출량 대비 40% 감축)’의 연도ㆍ부문별 로드맵(내년 3월 수립 예정)에 맞춰 배출 허용 총량을 설정하고 관리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현재 10% 수준인 배출권 유상 비율을 단계적으로 늘리고 그 수입을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활동 지원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들 중장기 과제 검토 결과는 내년 중 ‘배출권 거래제 고도화 방안’ 형태로 도출된다.

추 부총리는 회의 모두발언에서 “탄소중립 목표의 영향을 받는 민간 부문을 고려해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하려면 기업 애로를 해소하고 자발적 감축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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