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24일 공개한 담화에서 우리 정부를 '윤석열 저 천치바보들'로 지칭하며 "(남한) 국민들은 자꾸만 위태로운 상황을 만들어가는 '정권'을 왜 그대로 보고만 있는지 모를 일"이라고 했다. 또 한번 저속한 윤 대통령 실명 비난을 넘어 정권 반대 투쟁에 나서라고 남측 여론을 부추긴 것이다. 이어 "문재인이 앉아 해먹을 때에는 적어도 서울이 우리의 과녁은 아니었다"며 전임 정부까지 끌어들여 '남남갈등'을 조장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이런 발언은 '내정간섭 불가'라는 외교적 금기를 깬 행위로, 남북 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용납할 수 없다. 더구나 '과녁' 운운하며 서울을 공격 목표로 거명한 것은 1994년 남북 특사교환 실무 접촉에서 박영수 북측 대표가 '서울 불바다' 위협 발언을 했을 당시의 충격을 떠올리게 한다.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최고지도자의 여동생이 앞장서 '말폭탄'을 쏟아내고 있는 이상한 행태가 북한의 고립을 심화하고 있는 건 물론이다.
이날 담화는 이틀 전 "한미일 공조로 사이버 분야에서 추가적인 대북 독자 제재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는 우리 외교부 발표를 겨냥했다. 북한의 신흥 군비 조달 경로로 지목된 암호화폐 해킹 등을 견제하려는 시도에 '역겨운 추태' '갈 데 없는 미국의 충견' 등 원색적 비난을 쏟아낸 것인데, 그만큼 북한이 제재 강화를 경계하고 있다는 방증이라 하겠다. 김 부부장이 시종 한반도 긴장 국면 조성의 책임을 한국에 돌린 것은 7차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정상 각도 발사 등 추가 도발의 명분을 쌓으려는 술수로 읽힌다.
통일부는 "우리 국가 원수에 대해 초보적 예의도 갖추지 못했다" "도적이 매를 드는 식"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분단 장기화로 남북 간 민족 동질성이 약화한 현실 또한 북한이 각별히 유념할 일이다. 분별없는 언사와 위협을 지속한다면 젊은 세대를 위시한 한국 사회에 북한을 향한 거부감이 단단히 뿌리내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