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국일보 주최로 열린 '2022 코라시아포럼'은 지금 우리나라가 맞닥뜨리고 있는 외교안보 현실의 가장 중요한 문제들을 다루었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주요 정책결정자들과 한중 양국의 저명한 학자와 전문가들이 모여 '미중 대립과 한국의 선택'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였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비롯된 미국과 러시아의 대립, 그리고 미국과 중국 사이의 전략적 경쟁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현 상황이 과거 미국과 소련의 냉전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라고 진단하였다. 화상대담을 한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 국무장관과 주펑 난징대 교수는 미중 대립의 원인을 상대방에 돌리고, 그 책임도 함께 물었다. 모든 점에서 의견이 엇갈렸지만, 미중 대립이 심화하면 북한 핵 문제에 대한 협력을 어렵게 한다는 점에 동의하였다.
코라시아포럼에서 다뤄진 내용은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공개한 우리의 새로운 인도태평양전략(인태전략)의 큰 방향과 궤를 같이한다. 윤 대통령이 제시한 '자유, 평화, 번영'의 3대 비전과 '포용, 신뢰, 호혜'의 3대 협력 원칙의 실현은 필연적으로 미중이 갖고 있는 상대방에 대한 근본적 질문과 연관되기 때문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권위주의 정권들이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변경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고, 특히 중국은 일방적 현상 변경의 의도뿐만 아니라 그 의지를 현실화할 능력을 갖춘 국가이기 때문이다. 소위 불량국가들에 의한 테러 위협만이 국제사회의 유일한 문제가 될 것으로 보았던 2000년대 초반 미국은 중국이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편입되면 냉전 시절 국제사회가 겪었던 문제들은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졌다. 중국이 경제적으로 발전하면 중산층 강화와 민주주의 진행이 가능하다고 보았고 그러한 상황 인식하에 중국을 국제 경제에 받아들이려는 의식적 노력을 한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인식하에 중국은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루었고, 동아시아에서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 주도권을 갖는 상황이 가능했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의 집권 이후 미국은 이런 기대가 기대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되었고, 오바마-트럼프-바이든 정부 모두 중국에 대한 전략적 경쟁 정책을 취하게 되었다.
미어샤이머 교수 지적대로 냉전 시절에는 미국이 소련과의 대결 국면에서 중국을 끌어안는 현실주의적 정책을 취했다. 그러나 지금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이 중국 및 러시아 두 권위주의 강대국들과 동시에 대립적 관계를 형성하게 됐고, 이러한 상황은 냉전 시기보다 더 큰 위험이 되고 있다.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의 유지'가 민주주의와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한 많은 국가들의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개별 국가들은 권위주의적 국가들과 맺고 있는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에 갈등하고 있다. 특히 선거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민주주의 국가 지도자들에게 딜레마를 안기고 있다. 각국에서 선출되고 있는 좌파 지도자들이나 극우 지도자들은 이처럼 어려운 국제환경이 국내 정치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코라시아포럼을 통해 우리를 둘러싼 이 같은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우리에게 얼마나 진지한 접근을 요구하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이번 포럼에서 던진 질문들은 국내는 물론, 우리와 이해관계를 맺고 있는 지구촌 곳곳의 주요 국가들과 계속하여 고민할 수밖에 없는 과제들이다. 단기 이익에 흔들려 정책을 결정하면 장기적으로 부정적 결과를 낳게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치적 경제적으로 단기적 결과물에 집착하는 민주주의 체제의 속성이 권위주의 정권들의 공략 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결론도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