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경기 7실점 → 1경기 7실점... '스타 골키퍼' 나바스의 굴욕

입력
2022.11.24 04:59

‘골 잔치’는 승리 팀에겐 최고의 경기지만, 반대로 상대팀 골키퍼에겐 굴욕이 된다. 특히 과거 월드컵에서 좋은 선방을 여러 차례 보이며 야신상 후보까지 올랐던 스타 골키퍼라면, 그 충격은 훨씬 크다. 코스타리카의 케일러 나바스(36) 얘기다.

코스타리카는 24일 카타르 도하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E조 1차전 스페인과 경기에서 0-7로 대패했다. 이번 월드컵 한 경기 최다골이 터진 것이다. 특히 스페인은 이날 유효슛 8개로 7골을 넣었는데, 골키퍼 나마스가 막은 슛은 겨우 1개였다는 뜻이다.

2009년 골드컵에서 베스트 골키퍼로 선정된 나바스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과 2018 러시아 월드컵 8경기에서 7실점으로 선방했다. 특히 2014년엔 죽음의 조인 D조에서 우루과이 잉글랜드 이탈리아에 맞서 팀을 D조 1위에 올려놓은 이변의 주인공이었다. 당시 나바스는 우루과이 전에서 단 1실점을 허용한 것이 전부였는데 이 마저도 페널티킥으로 인한 실점이었다.

이후 16강(그리스전)에서 1골을 내줬지만 수많은 선방을 선보였다. 8강(네덜란드전)에서도 무려 20개의 슈팅을 막아내며 무실점으로 승부차기까지 이끌었지만, 승부차기에서 석패해 4강 진출엔 실패했다. 5경기 2실점에 3경기 연속 MOM에 선정되는 등 최고 골키퍼로 떠올랐다. 2018년에는 E조에서 세르비아전(1골) 브라질전(2골) 스위스전(2골) 등 3경기 5실점했지만 선방율 66.7%로 나쁘지 않았다. 두 대회 합쳐 7실점. 하지만 4년 뒤 카타르에선 과거의 영광은 없었다.

나바스는 올 시즌 소속팀 파리생제르맹에서 젊은 골키퍼인 잔루이지 돈나룸마(23)에게 완전히 밀렸다. 지난 시즌까지 경기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지 않았던 그였기에 공격적으로 불만을 밝혔지만 소용 없었다. 특히 코스타리카는 지난 19일 이라크와 마지막 평가전까지 무산됐다. 나바스는 지난 6월 뉴질랜드와의 카타르얼드컵 대륙간 플레이오프 이후 최근 5개월간 공식전을 한 번도 치르지 못한 상태였다.

최악의 컨디션과 떨어진 공식 경기 감각 등으로 인해 월드컵 단 1경기에서 7실점을 내준 나바스에겐 이날 경기는 그의 축구 인생 최악의 경기로 꼽히게 됐다.



강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