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면적 1,700배에 달하는 산림을 태운 2019년 고성 산불과 관련해 기소된 전·현직 한전 직원들에게 항소심 검찰이 원심과 같은 벌금형과 징역형을 각각 구형했다. 당시 화재는 2019년 4월 4일 강원 고성군에 위치한 한 전신주에서 불꽃이 튀면서 화재가 발생, 899억 원의 재산피해와 산림 1,260ha가 잿더미가 됐다.
23일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부장 황승태) 심리로 열린 전·현직 한전 직원 7명의 업무상실화 등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당시 한전 속초지사장과 간부급 직원 등 2명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다른 직원 2명에게는 징역 1년을, 나머지 3명에게는 벌금 300만원과 500만원 등을 각각 구형했다.
검찰은 원심과 마찬가지로 한전 측 과실로 인정했던 스프링 와셔 시공 하자를 재차 언급하며 하자와 산불간 인과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동해안에 매년 국지적 강풍인 ‘양간지풍’이 부는 점을 고려하면 전선관리 업무가 필요했다는 점과 한전 측이 책임 떠넘기기와 축소에 급급했다는 점도 부각시켰다.
반면 변호인 측은 “산불 이전부터 문제의 전선이 90도로 꺾였다고 볼 객관적인 자료가 없고, 꺾였더라도 전신주의 하자로 볼 수 없다”며 “전문가도 ‘전선의 90도 꺾임 현상과 단선과는 무관하다’는 취지로 진술한 만큼 피고인들이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제도보완으로 해결할 문제이지 한전 직원들을 단죄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앞서 1심을 맡았던 춘천지법 속초지원은 “하자로 인해 전선이 끊어져 산불이 발생한 점은 인정되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업무상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피고인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항소심 선고 공판은 내년 1월 11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