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국과의 관계를 해빙(Thawing)이라고 묘사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 백악관 안보 분야의 ‘입’ 존 커비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이 22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미중관계를 설명한 대목이다. 1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이후 각종 고위급 소통이 이어지고 있지만 미중 간 해묵은 난제가 해소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는 평가도 많다. 대만 문제나 북핵 제재 등을 두고 양국의 의견 차이도 여전하다.
커비 조정관은 온라인 브리핑에서 일련의 미중 고위급 소통에 대해 “중국 지도부와 소통 채널을 열어두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의지에 따른 것”이라며 “이는 좋은 일”이라고 밝혔다.
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미중 정상이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첫 대면 정상회담을 한 뒤 재닛 옐런 재무장관,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16일과 18일 이강 중국 인민은행 총재, 왕원타오 상무부장과 협의를 했다. 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19일 태국 방콕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다시 만났고 이날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 간 양자회담도 열렸다.
미국과 중국이 군사안보는 물론 경제무역 분야에서 다양한 고위급 소통 채널을 재가동했고, 커비 조정관 발언도 이에 대한 긍정 평가인 셈이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기 미중 무역 갈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책임, 대만 문제 등으로 앙금이 쌓인 미중관계는 한두 차례 고위급 접촉으로 쉽게 해결되기는 어려운 구조이다. ‘미중 소통을 긴장 완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하느냐’는 질문에 커비 조정관이 미중관계 해빙 무드로 볼 수 없다고 답한 이유이기도 하다.
커비 조정관은 대신 “남중국해 문제든, 대만 문제든, 공정한 무역 활동이든, 여전히 (미중)관계를 긴장시키는 문제가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이런 문제가 무엇인지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여전히 이웃 국가를 괴롭히고 강압한다”, “대만과 관련해서 (중국은) 매우 호전적인 레토릭(수사)도 계속 쓴다” 같은 강한 표현도 사용했다.
특히 북한 문제도 미중관계 개선의 걸림돌 중 하나이다. 커비 조정관은 “우리는 그들(중국)이 북한에 도발적인 행동을 멈추도록 가할 수 있는 압박을 가하지 않아 왔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미중정상회담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북한의 추가 도발 제어를 위한 중국 역할론을 제기했지만 북한은 18일 사거리 1만5,000㎞ 이상으로 추정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 발사를 강행했다. 게다가 21일 이 문제를 다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열렸지만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북한 감싸기에 앞장섰다.
물론 일부에선 내년 3월 미중 정상회담 재개최, 중국의 압박에 의한 북한 7차 핵실험 중단 결정설 등도 나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