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월. 조규성(24·전북 현대)이 한국 성인 축구 국가대표팀에서 활약한 총 기간이다. 지난해 8월 23일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명단에 이름을 올린 그는 단기간에 대표팀의 핵심 골잡이로 성장했다. 발탁 당시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K리그1 득점왕을 노리던 주민규(32·제주 유나이티드)나 두 자릿수 공격포인트를 향해 달려가던 오세훈(23·시미즈)과 비교해 K리그2 김천 상무 소속인 조규성의 이름값은 초라했다. 그러나 그는 최종예선에서 적극적인 전방 압박, 몸을 사리지 않는 공중볼 경합 등을 보여주며 파울루 벤투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그가 이처럼 급성장한 배경에는 다양한 포지션을 두루 거치며 쌓아 온 높은 축구 이해도가 자리 잡고 있다. 안양공고 시절 중앙수비수로 뛰던 조규성은 광주대 진학 후 수비형 미드필더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이승원 감독이 부임한 뒤에는 공격수로 다시 역할을 바꿨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수비수 출신인 만큼 오프사이드 라인을 깨는 타이밍을 확실하게 포착했고, 타고난 체격(188㎝)을 앞세워 공중볼 경합에서도 우위를 점했다. 공격수로 확실히 자리를 잡은 대학 3학년 때는 2018 대학리그(U리그) 8권역에서 광주대의 무패 우승을 이끌었다.
조규성은 광주대를 중퇴하고 2019년 FC안양에 입단했다. 그야말로 조규성의 시대였다. 팔라시오스·알렉스와 함께 막강 공격진의 한 축을 담당하며 14골을 몰아넣었다. 하위권으로 분류되던 안양은 K리그2 3위로 올라서며 창단 후 처음으로 승격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조규성은 K리그2 베스트11에 뽑혔다.
화려한 데뷔 시즌을 마친 조규성을 K리그1 팀들이 가만히 둘 리 없었다. 전북 현대는 이동국의 대체자로 조규성을 점찍었고, 그는 2020년 전북 유니폼을 입고 8골 3도움의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지난해 김천 상무에 입단해서도 리그와 대한축구협회(FA)컵을 합쳐 27경기에서 8골 3도움을 올렸다. 거침없는 성장세는 올해에도 이어졌다. 시즌 중반 제대한 그는 김천과 전북에서 총 17골로 K리그1 득점왕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베스트 11·FA컵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리그에서의 맹활약은 당연히 대표팀 발탁으로 이어졌다. 그는 데뷔 3개월차였던 2019년 5월 연령별 대표팀에 합류했다. 그리고 그의 대표팀 인생에서 늘 언급되는 황의조(30·올림피아코스)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조규성은 연령별 대표팀의 주축 멤버로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우승과 2020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을 견인했지만, 와일드카드로 뽑힌 황의조에 밀려 정작 올림픽 무대는 밟지 못했다. 그렇다고 황의조가 늘 그의 앞길을 막아선 것은 아니다. 벤투 감독이 조규성을 대표팀에 선발한 이유 중 하나가 그를 황의조와 유사하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조규성은 황의조가 부상으로 빠진 올해 1월 15일 아이슬란드와의 평가전에서 A매치 데뷔골을 기록했다. 심지어 1월 27일 레바논과의 최종예선 7차전에서는 황의조와 투톱으로 선발 출전해 전반 추가시간에 결승골까지 합작했다. 황의조의 ‘백업 멤버’로 성인 대표팀 생활을 시작했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동시 투입이 가능한 새로운 공격 옵션으로 떠올랐다.
현재 한국 대표팀의 주전 공격라인은 완벽한 상태가 아니다. 손흥민(30·토트넘)과 황희찬(26·울버햄튼)은 몸 상태가 완전치 않고, 황의조는 이번 시즌 소속팀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생애 첫 월드컵에 나서는 조규성이 벤투호의 ‘플랜 A’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조규성은 욕심을 숨기지 않는다. 그는 “나도 팀에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다. 몸 상태가 좋아서 기대된다”며 “(골을 넣으면) 무릎 슬라이딩을 한 후 시그니처 세리머니를 선보일 생각”이라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