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야당의 반대로 세법 개정안 처리가 벽에 부딪히자 정부가 여론전에 돌입했다. 종부세 완화·금투세 유예에 이어 법인세와 상속·증여세 완화도 강공 분위기다. 거시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감세 효과가 곧바로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2일 기획재정부는 ‘법인세 과세 체계 개편 필요성’과 ‘상속·증여세 개편 필요성’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예정에 없던 자료로, 17일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개편 필요성·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유예 및 주식양도세 완화 필요성’이라는 보고서를 배포한 지 5일 만이다.
세 부담을 줄여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윤석열 정부의 첫 세제 개편안 논의가 야당 반발로 공전을 거듭하자 여론전을 통한 정면 돌파에 나선 것이다. 현재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고, 현행 4단계 누진세율 체계를 2, 3단계로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법인세 개편 필요성으로 기재부는 기업경쟁력 확대를 꼽았다.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1.2%)을 크게 웃돌고, 38개 회원국 중 7번째로 높아 국내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수 비율(3.4%·2020년 기준)은 미국(1.3%) 영국(2.3%) 일본(3.1%) 등 주요국보다 높다.
기재부는 “2008년 이후 법인세를 인상한 OECD 회원국은 한국(2018년) 등 6개국에 그친다”며 “국제 추세에 역행하는 법인세 인상으로 국내 투자가 줄고 있어 국제기구도 법인세 제도 개선을 권고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외국인의 국내 제조업 직접투자액은 2018년 100억 달러를 찍은 뒤 계속 하락해 지난해(50억 달러) 절반으로 줄었다.
윤증현 전 기재부 장관은 “법인세 완화를 자꾸 부자 감세라고 하는데 기업이 이익을 내면 나라에 세금을 내고 주주에게 배당하고, 근로자의 임금도 오른다”며 “법인세를 낮추는 게 세계적인 추세”라고 거들었다.
반면 법인세 감소로 기업이 확보한 재원이 곧장 투자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 투자는 거시경제 상황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해 이뤄진다”며 “다른 나라보다 높은 법인세 체계는 손봐야 하지만 법인세 완화 효과가 즉각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법인세 개편시 내년 투자를 확대할 거라고 답한 기업은 33%에 그쳤다.
상속·증여세 개편에 대해서 기재부는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조치”라며 야당의 부자 감세 지적을 반박했다. 현재 기재부는 가업상속공제 적용기업을 현행 매출액 4,000억 원 미만에서 1조 원 미만으로 확대하고, 공제한도 역시 최대 1,000억 원(기존 500억 원)으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재부는 “경쟁력 있는 중소·중견기업이 상속세 부담으로 사업이 단절돼 일자리 감소, 사업 노하우 멸실 등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원활한 기술·자본 이전을 위해 가업상속공제제도 활성화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일본은 2018년부터 2027년을 ‘가업승계 집중기간’으로 정해 세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