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시벨'에 대한 호불호가 크게 갈리고 있다.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들과 스펙터클한 장면들을 내세웠지만 아쉬움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왜일까.
'데시벨'은 지난 16일부터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작품 측의 소개에 따르면 소음이 커지는 순간 폭발하는 특수 폭탄으로 도심을 점거하려는 폭탄 설계자와 그의 타깃이 된 전직 해군 부함장 도영(김래원)의 이야기를 담은 사운드 테러 액션 영화다. 김래원 이종석 정상훈 박병은 이상희 조달환 차은우 등 화려한 라인업으로 개봉 전부터 많은 영화 마니아들의 기대를 모아왔다.
전직 해군 부함장 도영은 어뢰와의 충돌을 피하다가 사고가 난 한라함에서 살아돌아온 인물이다. 당시 그는 절반의 승조원과 함께 생환했고 국민 영웅이 됐다. 그러던 어느 날 도영은 의문의 전화를 받게 되고 수화기 너머의 테러범은 폭탄이 설치돼 있는 장소를 알려준다. 이 테러범은 도영이 사람들을 대피시키지도, 경찰에 신고하지도 못하게 한다.
도영은 폭탄으로부터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 과정에서 도영이 사랑하는 이들까지 위험에 처한다. 극이 흐르며 테러범의 사연이 밝혀지고 한라함의 숨은 진실이 드러난다. 이야기의 초점은 '선택'이다. 도영의 앞에는 과거에도, 테러범에게 협박을 당하기 시작한 후에도 누군가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꾸는 선택지들이 놓여 있었다.
이러한 '데시벨'은 48만 관객을 돌파하며 관심을 받는 중이다. 그러나 관객들의 평은 크게 갈리고 있다. '데시벨'을 향해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는 이가 있는 반면 아쉽다는 의견을 내고 있는 이들도 있다. 한 포털 사이트의 영화 페이지에는 "중요한 소재처럼 느껴지는 소리 폭탄은 허무하게 활용될 뿐" "뭘 표현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여러 요소를 다 다루려고 하니까 이도 저도 아니게 애매해져 버렸다" 등의 비판글이 달렸다.
'사운드 테러 액션 영화'라고 소개된 '데시벨'에는 지나치게 많은 소재들이 담겨 있었다. 가족애, 목숨의 가치, 선택 등에 대한 이야기가 그려졌는데 이 비중이 큰 탓에 폭탄이라는 소재가 주는 짜릿함만을 생각하고 극장을 찾은 이들에겐 아쉬움을 안겼다. 테러라는 소재는 일부 감동 포인트들을 위해 이용당한 듯한 분위기를 풍겼다. 테러물이라는 점에 반해 '데시벨'을 선택했던 관객들에겐 아쉬움을 남길 만한 지점이었다.
사실 폭탄 테러물은 내용으로 관객들을 만족시키기 쉽지 않다. 소재 자체는 짜릿함을 사랑하는 관객들의 시선을 모으기에 좋지만 진부함이라는 장애물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많은 폭탄 테러물에서 나타나는 익숙한 패턴이 있다. 주인공은 테러범의 연락을 받고 장난 전화로 치부하지만 누군가가 희생 당하는 걸 보면서 경각심을 갖는다. 테러범의 과거도 공개된다. 원래부터 악인은 아니었던 그에게는 안타까운 사연이 있다. 테러범과 맞서는 과정에서 주인공이 사랑하는 사람은 위기에 처한다.
'데시벨'도, 지난해 개봉했던 '발신제한'도 따랐던 클리셰다. '발신제한' 역시 일부 관객들에게 전개가 뻔하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폭탄이 터지는 순간이나 중간중간 나오는 액션 신들이 짜릿함을 안기긴 하지만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장면들이 긴장감을 낮춘다. 달라지는 점은 폭발물이 설치되는 장소 정도다. '발신제한'에서는 테러범이 성규(조우진)가 타고 있는 차 안에 폭탄이 있다고 협박했다. '데시벨'에서는 놀이터, 가정집, 경기장 등에서 폭탄이 터졌다.
결국 클리셰를 어느 정도 벗어나 신선함을 안기는 게 창작자들의 숙제인 셈이다. '데시벨'도, '발신제한'도 진부한 스토리가 관객들에게 아쉬움을 안겼다. 물론 감동 포인트들과 긴장감 넘치는 장면들의 적절한 비중 조절도 필요하다. 메시지에 지나치게 큰 무게가 실리다 보면 폭탄 테러물이 갖는 긴장감이 사라지고 전개가 늘어지게 된다.
중요한 건 클리셰의 탈피, 불필요한 감동 포인트들에 대한 과감한 포기다. 폭탄 테러물의 한계를 벗을 때 관객들은 더욱 큰 짜릿함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