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남극 대륙 한복판에 세계 6번째로 기지를 건설한다. 북극해에 깊숙이 들어가기 위해 국내 첫 쇄빙선 '아라온'호보다 두 배 큰 쇄빙선을 만든다. '남·북극의 비밀'을 풀어 지구온난화 등 기후위기에 대비하고 첨단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취지다.
해양수산부는 22일 '제1차 극지 활동 진흥 기본계획(2023~2027년)'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남극과 북극을 개척하기 위해 세운 기본계획은 △미지의 영역 진출 △기후위기 대응 △극지 신산업 기반 마련 등 3대 목표를 두고 있다.
해수부는 우선 2026년까지 6,950톤급의 아라온호보다 큰 1만5,450톤급 차세대 쇄빙선을 건조한다. 2027년부터 아라온호로는 접근하기 힘든 북위 80도 이상 고위도 북극해 탐사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북극항로 개척은 유럽까지 화물 운송기간을 10~15일 단축시키는 등 경제적으로도 이득이다.
2030년 완공을 목표로 남극 내륙기지도 건설한다. 현재 한국은 남극에 세종과학기지, 장보고과학기지 등을 갖고 있지만 모두 해안가에 있다. 남극 내륙기지는 미국, 러시아, 일본, 중국, 프랑스·이탈리아(공동)만 보유 중이다. 남극 내륙기지 설립은 빙하가 갈라져서 생긴 틈인 ‘크레바스’를 피해야 하기 때문에 고난도의 탐사 기술이 필요하다.
남·북극의 극저온과 강풍 등 극한 환경을 버틸 수 있는 통신 기술, 무인 이동체, 건설 기술 등도 개발한다. 해수부는 이 기술들이 앞으로 우주, 심해 등 다른 극한지를 탐사하는 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후위기 연구도 극지 탐험에 나서는 이유다. 해수부는 지구 해수면 상승의 주원인 중 하나인 남극 빙하가 녹는 원인을 찾고, 2030년·2050년·2100년의 해수면 상승을 예측할 계획이다. 한국은 서남극에서 가장 빨리 녹아 '종말의 날 빙하'로 불리는 '스웨이트 빙하'를 중점 연구했으나, 앞으로 모든 남극 빙하로 연구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조승환 해수부 장관은 "극지 기본계획은 대한민국의 극지 활동을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변화시켜 줄 핵심 국가전략"이라며 "기본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해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새로운 첨단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열쇠를 찾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