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쏜살같이 흘러 연말로 접어들었지만, 세상은 두려운 소식들로 가득하다. 금리는 치솟고, 가계 소득은 쪼그라들고, 경제를 지탱하는 무역은 역대급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위기감은 시시각각 다가와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삶이 힘겹기만 하다.
답답한 마음에 부산 고향 집 앞 바닷가를 찾았다. 오랜만에 깊은 잠에서 깨어나 밖을 보니 여전히 깜깜했다. 게으른 몸을 일으켜 골목길을 걸어 작은 방파제에 도착했다. 바람이 몰고 온 비릿한 바다 내음과 먼 곳에서 반짝이는 등대의 불빛이 마음에 평온을 불어넣었다. 얼마 후 방파제 안에서 휴식을 취하던 어선들이 줄지어 밤바다를 향해 나아갔다.
이윽고 바다 색깔이 온통 붉어졌다. 숨죽였던 검은 물결 위로 여명과 어선의 조명이 반짝이며 바다가 잠에서 깨어난 것이다. 곧이어 수평선 위로 해가 불쑥 고개를 내밀자 ‘오메가 모양’의 선명한 일출을 그려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붉은 태양 속으로 배 한 척이 들어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그것도 잠시, 태양은 뭐가 그리 급한지 이내 구름 위로 떠올라 세상을 눈부시게 휘감았다. 짧지만 잊지 못할 순간이다.
이제 올해도 한 달 남짓 남았다. 되돌아보면 후회도 많을 것이고, 앞날을 생각하면 암담할 것이다. 이럴 땐 일출을 보러 바닷가에 가보면 어떨까. 붉은 기운이 가득한 햇살이 어둠을 살라먹고 한 줄기 위로의 빛을 건네줄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