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엔 치킨' 공식...올해도 특수 맞을까?

입력
2022.11.22 07:00

'2023 카타르 월드컵' 개막과 더불어 치킨업계도 들썩이고 있다. 월드컵 시즌에는 통상 다 같이 모여 응원하면서 먹기 좋은 치킨의 매출이 증가하는데, 경기 시간과 사회 분위기에 따라 증가 폭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선 치킨 가맹점 상당수는 이번 월드컵 기간 영업 시간을 바꿀 것으로 보인다. 보통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0시 사이. 오후 11시가 넘어가면 가게는 마감을 준비하지만 월드컵 한국 조별리그가 밤 10시와 12시에 치러지면서 가장 바쁜 피크 타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에서는 가맹점들에 월드컵 일정을 안내하고 있다. BBQ 관계자는 "오전 11시에 문을 열고 밤 12시까지 운영하던 점주가 경기 날에는 늦게 열고 다음 날 오전 1, 2시까지 운영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연장 운영 여부는 점주가 정하지만 본사는 최소 80% 이상 가맹점주가 영업시간 변경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굽네치킨 관계자 역시 "월드컵 기간 0시 이후 연장 영업을 하는 가맹점들은 고객에게 문자메시지나 배달앱 매장 섹션 등을 활용해 시간 변경을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 국제 스포츠 행사가 열릴 때면 치킨이 국민 간식처럼 연상되지만 경기 때마다 치킨 매출이 비약적으로 오른 건 아니다. 과거 월드컵 기간 보도를 살펴보면, ‘복불복’이었다는 게 더 맞는 표현으로 보인다.

일례로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당시 한국 대 스웨덴 전이 열린 6월 18일 BHC의 치킨 주문량은 전주 대비 80% 증가하는 효과를 누렸다. 같은 날 교촌 매출은 전주 대비 60%, BBQ 매출은 110% 폭증한 바 있다. 한국 대 독일전이 열린 6월 27일 매출은 전주 대비 매출이 BBQ 105%, BHC 60%, 교촌 60% 급증했다.

하지만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한국 대 러시아전이 열린 6월 18일, 전주 대비 치킨업계 매출액 증가는 BBQ 5%, 굽네치킨 10%에 그쳤다. 2010년 6월 2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의 한국 대 우루과이전 때는 치킨업계 매출이 전주 대비 90% 급증했지만, 2006년 6월 18일 독일 월드컵의 한국 대 프랑스전 때 매출은 15% 증가에 그쳤다.

경기 시간‧AI 유행 등이 관건

매출 희비를 가른 첫 번째 조건은 경기 시간대였다. 2010년 한국-우루과이전은 오후 10시에 열린 반면 2006년 한국-프랑스전은 새벽 4시에 열렸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때 치킨업계가 특수를 누린 비결도 한국과 러시아 시차가 6시간이라 대부분 경기가 밤 9시 이후 황금시간대에 열린 때문이다. 브라질과 한국의 시차는 13시간. 2014 월드컵의 대부분 경기는 우리나라 시간 기준 새벽에 열렸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두 달 후 열린 월드컵 경기에서는 길거리 응원이 많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역대 최악’으로 불린 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도 겪었다. 그해 1월부터 시작된 AI로 6개월간 닭 1,396만 마리가 폐사했고 장기간 AI가 이어지면서 치킨 프랜차이즈도 영향을 받았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업계 매출이 40% 하락’했다.

올해 월드컵 개최 장소인 카타르와 한국의 시차는 6시간. 한국 조별리그는 모두 황금시간 대인 밤 9시 이후에 열린다. 한국은 24일 오후 10시 우루과이와 첫 경기를 치르고, 28일 오후 10시에는 가나와 두 번째 경기를 펼친다. 마지막 조별 예선인 포르투갈전은 12월 3일 0시에 열린다. 지난달 말 발생한 이태원 참사로 월드컵 때마다 거리에서 펼쳐지던 대규모 응원전도 장담할 순 없는 형편이다. 서울시는 붉은악마 응원단이 지난 18일 종로구에 제출한 거리응원 안전계획서를 심의, 22일 자문단 회의를 열고 광장 사용 허가를 최종 결정한다. 집에서 월드컵을 관람하는 '집관족'이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치킨 업계는 야식으로 간편하게 시켜 먹는 치킨이 가장 많이 선택받을 것이란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다만 ‘한국-우루과이전’이 열리는 24일 배달 라이더 노조가 쿠팡이츠 파업을 예고하며 ‘배달 대란’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기대를 반영한 듯 주식 시장에서는 치킨 업체 주가가 크게 오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교촌치킨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의 경우 최근 한 달 동안 주가가 30% 가까이 급등했다. 지난달 21일 9,890원에 거래를 마쳤던 교촌에프앤비는 이날 1만2,850원까지, 29.93% 오르면서 장을 마쳤다. 다른 치킨 관련 종목인 마니커와 하림도 최근 한 달 새 각각 26.34%, 8.62% 오른 1,535원, 2,835원까지 올랐다.

이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