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이태원 국정조사 미룬다고 될 일인가

입력
2022.11.2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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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이 21일 국회에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계획서를 제출했다. 우상호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고 총 18명 위원이 24일부터 60일간 실시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수사가 진행 중인데 국정조사를 하면 정쟁만 만들 것’이라며 국정조사 거부를 공식화했다가 오후 김진표 국회의장이 주재한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예산안 처리 후 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150여 명의 생명을 잃은 참사에 대해 국회가 진상을 밝히고 재발방지책을 강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여당은 이를 정쟁으로 치부하며 피하지 말고 동참해야 마땅하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의 필요성 자체는 부정하지 않는 듯 말하지만 정부에 비판이 집중될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는 태도가 안쓰러울 따름이다. 참사 이후 수습과정에서 책임을 회피하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그를 감싸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으로 인해 국민들에겐 실망과 분노가 쌓여있다. 수사는 현장 인력만 형사 처벌하는 꼬리 자르기가 될 것이라는 불신이 높고, 더 근본적인 정치적 책임은 지는 이가 없으니 국정조사를 통해 따져볼 필요가 있다. 차라리 여당이 적극 나서서 정부의 과오와 책임을 짚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교훈으로 삼는 것이 마땅히 해야 할 의무이며 국민의 지지를 유지할 길이다.

야3당은 여당 입장에 변화가 없을 경우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끼리 국정조사 계획서를 채택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예산안 처리 후 국정조사’ 타협안에 대해 신속히 뜻을 모아 여야가 함께 국정조사를 실시하는 게 바람직하다. 김 의장은 “이렇게 많은 국민들이 희생당한 이태원 참사에 대해 국회가 입을 싹 닫고 수사할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은 국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고 국민에 대한 도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백번 옳은 말이다. 이태원 참사 같은 일이 다시는 없도록 국회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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