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욱 "유동규에 건넨 3억… 대부분 김용·정진상에 간 걸로 추정"

입력
2022.11.21 18:15
3면
남욱 변호사 석방 하루 만에 증인으로 출석
"유동규가 '윗분'들에 전달해야 한다고 말해"
돈 전달 이유는 "대장동 사업 편의 받으려"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가 법정에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건넨 3억5,000만 원 대부분이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에게 전달된 것으로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성남시장 재선 도전 자금 일부도 김 부원장과 정 실장에게 흘러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남 변호사는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이준철) 심리로 열린 '대장동 일당'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남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 등에게 금품을 건네고 사업 편의를 제공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지만, 이날은 김만배씨 등 공동 피고인들 혐의에 대해 증언했다. 남 변호사는 이날 새벽 구속기한 만료로 1년여 만에 석방됐다.

"유동규에게 3억5,200만... 대부분 '형들' 준다더라"

남 변호사는 2013년 유 전 본부장에게 3억5,200만 원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것과 관련해 전후 사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남 변호사 증언을 종합하면, 그는 2013년 4~8월 △유흥주점 △일식집 △스크린 골프장 △유 전 본부장 자택 등에서 정영학 회계사 및 동업자 정재창씨와 함께 마련한 3억5,200만 원을 여러 차례에 걸쳐 유 전 본부장에게 줬다.

남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한 돈은 대부분 김용 부원장과 정진상 실장에게 전달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남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이 '나는 2,000만 원만 쓰고, 나머지는 형들한테 전달해야 한다'고 얘기했다"며 "대부분의 돈이 유 전 본부장을 통해서 '윗분'들에게 전달된 것으로 이해했다"고 밝혔다. 남 변호사는 '윗분'들로 김 부원장과 정 실장을 지목했다.

남 변호사는 특히 2013년 4월 유 전 본부장에게 9,000만 원을 건넨 과정을 자세히 말했다. 남 변호사는 "나, 정재창씨, 정 회계사가 각각 3,000만 원씩 모아 9,000만 원을 마련했다"며 "(추후 문제가 생겼을 때) 출처가 확인되면 안 돼서 5만원 권 띠지를 제거하고 고무줄로 묶어 쇼핑백에 넣었다"고 설명했다.

남 변호사는 그러면서 이 돈이 곧장 김 부원장과 정 실장에게 전달됐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일식집에서 유 전 본부장에게 9,000만 원을 줬는데, 유 전 본부장이 곧장 다른 방으로 갔다 오더니 '누군가에게 전달하고 왔다'고 했다"고 밝혔다. 남 변호사는 '돈을 전달받은 사람이 누구인가'라는 검찰 질문에 "형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접대비 410만 원도 대납... 사업 편의 얻으려"

남 변호사는 "유흥주점비 410만 원도 대납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 전 본부장이 정 실장, 김 부원장과 함께 내가 소개한 술집에서 술을 먹은 걸로 안다"고 밝혔다. 남 변호사는 자신은 술자리에 동석하지 않았다고 밝히며 "김 부원장과 정 실장이 비용 대납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는지는 아는 게 없다"고 말했다.

남 변호사는 대장동 사업 과정에서 특혜와 편의를 제공받으려고 돈을 건넸다고 말했다. 그는 "유 전 본부장이 '돈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대장동 사업 관련 지원을)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며 "3억여 원은 빌려준 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흥주점 접대비에 대해서도 "(김 부원장과 정 실장이) 당시 성남의 실세였기 때문에 (비용을) 대납하는 게 사업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박준규 기자
이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