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KF-16 전투기가 20일 밤 엔진 이상으로 경기 양평군 야산에 추락했다. 미사일 여러 발을 장착하고 초계 임무를 수행하던 중이었으니, 조종사가 비상 탈출에 성공하고 산불 규모가 대응 1단계 수준에 그친 건 천만다행이었다. 공군은 비상 전력을 제외한 전투기 전 기종의 비행을 중지한 채 긴급 점검에 들어갔고, 21일부터 진행될 예정이던 대규모 공중종합훈련 '소링 이글'은 무기한 연기됐다. 북한의 군사 도발 수위가 절정에 치닫고 있는데, 우리 군은 전투기·미사일 등 핵심 전략자산의 잇따른 사고로 안보 불안을 키우는 모양새다.
공군 군용기 추락 사고는 올해 들어서만 5대째다. 사고 기종인 KF-16은 F-15K와 더불어 군 항공 전력의 중추를 담당하고 있어 심각성이 더하다. 이달 초 북한이 북방한계선(NLL) 이남에 미사일을 발사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을 때 NLL 이북에 미사일 대응 사격을 한 전투기 2대도 이들 기종이었다. KF-16 추락 사고는 이번이 8번째다. 주로 1990년대에 도입돼 노후화한 기체가 적지 않고, 단발 엔진이라 엔진 이상에 따른 안전성 문제가 줄곧 제기돼 왔다. 2019년에 있었던 직전 사고도 엔진 연료 주입장치 고장에 따른 추락이었다.
군의 항공 전력은 재래식 전력에서 대북 우위를 확고히 하는 요소다. 그런 까닭에 주력 전투기마저 평시 임무 도중 추락하는 모습은 군 전력 전반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 여기에 현무 낙탄사고, 에이태큼스 발사 실패, 천궁 공중 폭발, 패트리엇 사격 전 오류 발견 등 하나같이 심각한 미사일 사고가 최근 두 달 새 연달아 일어났다. 9·19 군사합의를 어기고 완충 구역을 수시로 침범하고 있는 북한이 우리 군 대비 태세를 오판할 경우 국지전이나 그 이상의 군사 충돌로 비화할 수 있다.
공군은 참모차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대책위원회를 꾸려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에 나섰다. 더 이상의 사고를 막으려면 취약 요소가 있는 무기·장비에 대한 전군 차원의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