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필에 새겨진 이름이 70년 만의 가족 상봉의 실마리가 됐다. 6·25 전쟁 기간 가장 치열한 격전지였던 강원 철원 백마고지 전투에서 전사한 참전용사의 유해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사연이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은 백마고지에서 발굴된 전사자 유해가 1952년 27세 나이로 참전했던 고(故) 편귀만 하사로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편 하사는 국군 9사단 30연대 소속으로 1952년 10월 백마고지 전투에 참전했다가 전사했다.
고인의 유해는 육군 5사단이 지난 7월 발굴 중 작은 뼛조각을 발견하면서 처음 확인됐고 이후 대대적 발굴을 통해 개인호 속에 머리와 가슴을 앞으로 숙인 채 다리를 구부려 앉아 있는 편 하사가 나타났다. 철모와 M1 소총 등 유품 91점도 함께 발굴됐으며 특히 만년필에 고인의 이름이 각인돼 있는 점이 식별돼 신원을 특정할 수 있었다.
편 하사 유족은 고인을 찾기 위해 지난 2006년부터 4차례에 걸쳐 유전자 시료를 제출했다. 딸 편성숙씨는 "간절히 찾았는데 살아서 돌아오시는 기분"이라며 "자식으로서 할 도리를 다한 것 같아 마음이 벅차다"고 밝혔다. 신원확인 통보 행사인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22일 경기 오산시 보훈회관에서 열린다.
한편 국유단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유해발굴사업이 시작된 후 현재까지 총 200명의 6·25 전사자 신원이 확인됐다. 국유단은 특히 "백마고지에서 발굴된 3명의 전사자 유해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