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를 통해 하원을 장악한 미국 공화당이 중국에 대한 대대적인 압박을 예고했다. 미 하원에 '중국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중국에 대한 견제 수위를 한껏 높이겠다는 것인데, 하원 다수당의 이런 행보로 최근 어렵게 조성된 양국의 '대화 무드'가 다시 깨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에 대한 압박 경고는 차기 미국 하원의장으로 유력한 공화당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로부터 나왔다. 그는 공화당 내에서도 반중(反中) 노선의 선두 주자로 꼽힌다. 매카시 원내대표는 20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하원의장이 된다면 중국 문제를 다루기 위한 특별위원회를 (하원에)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화당은 지난 8일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하원 과반(218석)인 219석을 이미 확보했다. 내년 1월 3일 새 의회 개회와 동시에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후임을 선출하는데, 다수당이 하원의장을 배출하는 전례에 따라 매카시 원내 대표가 새 하원의장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다.
매카시 원내대표는 중국특별위원회에서 다룰 의제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그는 "중국은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제1의 국가"라며 글로벌 산업계 전반에 걸쳐 골칫거리로 지적돼온 중국의 불법 복제 문제를 중국 압박의 레버리지로 활용할 것임을 시사했다.
최근 중국과 서방 간 새로운 갈등 요소로 부상한 '중국의 비밀경찰 기관' 폐쇄도 예고했다. 유럽 기반의 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최근 중국 공안당국이 해외 21개국에 걸쳐 최소 54개의 '경찰 화교사무 서비스센터(警僑事務服務站)'라는 이름의 기관을 설치했다고 폭로했다. 중국은 "운전면허증 갱신 등 해외 거주 중국인들의 행정 업무를 지원하기 위한 곳"이라는 입장이나, 미국을 포함한 대다수 국가는 '반체제 인사 감시 목적의 기관'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밖에 마약성 진통제로 알려진 중국산 펜타닐 유통을 차단하고 코로나19 기원 문제도 다시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매카시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다수당일 때 한 번도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청문회를 가진 적이 없다"며 중국에 팬데믹의 책임을 묻기 위한 의회 차원의 움직임을 예고했다. 이날 언급되진 않았지만 미중 갈등의 최전선인 대만해협 문제 역시 중국특별위원회에서 다룰 가능성이 크다.
공화당의 대중국 압박 경고로, 최근 양국 정삼회담을 통해 가까스로 마련된 '대화 무드'가 얼마나 이어질지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미중 양국은 지난 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정상회담 이후 "오해와 충돌 방지"를 강조하며 긴장 완화를 꾀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접촉면도 조금씩 늘려가고 있다. 중국 국방부는 오는 22~24일 캄보디아에서 열리는 제9차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에서 미중 국방 당국 간 회담 가능성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20일 표명했으며, 내년 초에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도 예정돼 있다. 하지만 하원 주도권을 되찾은 공화당이 대중국 공세를 본격화할 경우, 이는 미중 간 대화 무드를 흔드는 변수가 될 수 있다.
양국 관계가 다시 경색될 가능성에도 공화당의 대중국 압박 행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024년 대선을 통한 정권 탈환을 노리고 있는 공화당에 '강력한 중국 견제'는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공화당 출신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백인 지지층 결집을 위해 중국 압박 카드를 적절히 활용했다.
뤼샹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공화당에 지지 않기 위해) 바이든 행정부가 반중 경쟁에 나설 경우 미중 간 긴장은 다시 통제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