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상징 '이태원역 1번 출구'는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

입력
2022.11.2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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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후 시민 자율로 조성한 추모 공간
봉사단체·지자체 "시민 의사 우선 반영"
2016년 강남역·구의역 사고 전례 있어

21일 오전 서울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3주가 지났지만 이곳에 마련된 추모 공간은 정갈하게 유지되고 있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도 추모객들이 남긴 편지와 포스트잇, 국화꽃 등은 비교적 온전한 모습이었다. 궂은 날씨가 예보될 때마다 자원봉사자들이 비닐을 씌워 보호한 덕이었다.

그러나 대형 참사라도 시간이 지나면 충격이 서서히 잦아들기 마련이다. 이제는 참사 다음, 정확히는 추모의 마음을 담아둘 방법과 미래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그 형식이 어떻든, 중요한 건 158명이 스러진 그날의 아픔을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전·보존 전 과정 '시민 추모' 뜻 살려야

21일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이태원추모 시민자율봉사위원회’와 용산구청, 서울시 관계자들은 18일부터 추모 기록물 보존과 공간 운영 방안을 놓고 구체적 논의를 시작했다. 자율봉사위는 이태원역 추모 공간을 실질적으로 유지ㆍ관리하는 자원봉사 단체다. 이날 논의에선 구청 차원의 추모 공간 조성, 서울기록원 위탁 관리 등 다양한 방안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서울에서 발생한 대형 사고나 국가적 참사와 관련한 기록물은 서울기록원으로 옮겨진다.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에 시민들이 남긴 메모와 사진 등도 이미 서울기록원 이관 절차를 밟고 있다.

하지만 이태원역 1번 출구는 불특정 다수의 시민이 모여 자발적으로 형성한 추모 공간이라는 점이 다르다. 운영부터 철거까지 모든 과정을 시민들이 주도하고, 정부와 지자체는 추모 물품을 보존할 공간을 제공하는 등 보조적 역할을 한다.

전례는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이다. 당시 시민들은 강남역 10번 출구에 추모 공간을 조성했다. 최종적으로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 2층 성평등 도서관 ‘여기’에 따로 전시관이 마련됐다. 이곳에서 포스트잇 실물과 아카이빙(디지털 파일 저장), 두 가지 형태로 물품이 보존되고 있다.

같은 해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다 사망한 김군 사고 때도 승강장과 대합실 등에 추모 공간이 꾸려졌다. 추모 물품은 사고 한 달 뒤 디지털 변환을 거쳐 서울도서관 3층으로 이관돼 전시 중이다.

올해 9월 발생한 ‘신당역 살인사건’의 경우 역사 여자화장실 밖 추모 공간이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별도 추모 시설과 관련한 특별한 계획은 아직 없고, 유족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초상집에서 쇼핑을..." 정상화 바라는 상인들

이태원 참사는 상인들의 생계가 얽혀 있어 이전 시점도 중요하다. 이들은 가급적 빨리 ‘예전의 이태원’으로 돌아가길 원하고 있다. 워낙 인명 피해가 커 말은 못 꺼내지만 내심 시민 추모 공간도 정리할 시점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한 상인은 “초상집에 웃고 떠들며 쇼핑하러 오고 싶은 사람이 있겠느냐”고 한숨을 쉬었다. 이태원역 근처에서 25년째 장사 중인 강모(77)씨도 “한 달이 다 되도록 추모 공간이 유지되니 분위기가 뒤숭숭해 솔직히 영업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여러 변수가 있어 이태원역 추모 공간의 미래는 몇 차례 더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구청 관계자는 “시민이 조성한 공간인 만큼, 향후 계획도 시민 의견을 우선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기록원 관계자는 “이태원역 추모 공간은 기록물의 권리 주체가 불분명하다”면서도 “사회적 의미가 큰 점을 감안해 기록물을 보존한다는 전제 아래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했다.

나광현 기자
이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