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 무대 체질

입력
2022.11.2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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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신진서 9단 백 신민준 9단 결승 3번기 제2국 <3>



결승전이라는 무대가 주는 압박감은 엄청나다. 과거 이창호 9단 같은 경우 결승을 치르는 동안 스트레스 때문에 체중이 5kg 가량 빠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결승전이 아니더라도 ‘방송 대국’이라는 이유만으로 평소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신예 기사들도 수두룩하다. 그만큼 마인드컨트롤이 평소보다 훨씬 중요한데, 신민준 9단의 강점이 여기에 있다. 신민준 9단은 큰 무대에서 평소 기량보다 더 좋은 내용을 보여준다. 승부사에게 이보다 더 큰 축복은 없을 것이다.

신진서 9단이 흑1, 3으로 압박하자 신민준 9단은 백4로 한발 더 들어간다. 신민준 9단의 배짱에 신진서 9단이 평소 볼 수 없었던 수순 미스를 저지른다. 바로 흑7. 5도 흑1, 3으로 받아주는 것이 정수였다. 실전 흑11과의 연계 역시 스텝이 엉켰다. 흑11에 응수타진 할 것이었다면 흑7에 먼저 두었어야 할 장면. 백10까지 진행된 후 흑11을 두자 백12로 중앙을 미는 것이 절호점이 됐다. 흑11로 6도 흑1, 3의 두터움을 쌓은 뒤 흑9, 11에 보강하는 것이 실수를 만회할 최선의 수순이었다. 실전 백22는 다소 무리한 벌림. 백28 자리로 두 칸 벌리는 편이 안정적이다. 신진서 9단은 흑29, 31로 중앙 백을 양분하며 기회를 노린다. 신민준 9단이 우세하나 결국 중앙이 승부처라는 점은 마찬가지. 실수하는 쪽이 앞선 차이를 상쇄하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구도다.

정두호 프로 4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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