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중국이 대만에 기증한 판다 퇀퇀(團團)이 대만 타이베이 시립동물원에서 투병 중 숨졌다. 양국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악화된 상황에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화해’ 상징으로 여겨온 판다가 사망한 터라, 이를 정치 상황과 연결 짓는 해석도 나온다.
19일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퇀퇀은 이날 새벽부터 발작 증세를 보였다. 의료진이 투약한 뒤에도 발작 주기가 빨라지고, 허약해 음식을 먹지 못하는 등 건강이 극도로 악화했다. 의료진은 퇀퇀의 병세가 돌이킬 수 없다고 판단, 마취제를 투여했으며 퇀퇀은 이날 오후 1시 48분께 숨을 거뒀다.
올해 18살인 퇀퇀은 지난 8월부터 뇌 병변 증세를 보였다. 지난달 16일 뒷다리에 힘이 빠져 자주 눕거나 엎드리고 제대로 먹지 못하는 등 건강이 나빠졌다. 검진 결과 퇀퇀의 뇌에서 괴사 흔적이 발견됐으며 뇌종양이 의심된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대만의 지원 요청을 받은 중국 판다보호연구센터는 지난 1일 전문가 두 명을 대만으로 보내 퇀퇀의 치료를 도왔다. 중국과 대만의 전문가들은 퇀퇀이 호전될 수 있다고 판단했으나 이날 갑자기 병세가 극도로 악화해 소생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고, 고통을 겪지 않게 마취제 투여를 결정했다.
수컷 퇀퇀은 암컷 위안위안(圓圓)과 함께 2008년 중국이 대만에 기증한 판다다. 중국은 애초 2005년 4월 후진타오 당시 중국 국가주석과 대만의 롄잔 국민당 주석 간 양안 분단 후 첫 국공(國共) 회담을 계기로 판다 한 쌍을 선물하겠다고 밝혔으나 당시 대만 집권당인 민진당 반대로 무산됐다.
결국 퇀퇀과 위안위안은 중국에 우호적인 국민당 마잉주 총통이 집권한 뒤인 2008년 12월 대만 땅을 밟았다. 퇀퇀과 위안위안의 이름을 합친 퇀위안(團圓)은 중국어로 ‘떨어져 있다가 다시 만난다’는 의미로, 2006년 중국 누리꾼들의 투표로 명명됐다.
이 이름을 놓고 대만 국민당은 찬성했지만, 대만 독립을 추구하는 민진당은 중국의 통일 공작이라며 반발했다. 퇀퇀과 위안위안은 2013년과 2020년에 각각 한 마리의 새끼를 낳았으며, 위안위안은 아직 건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퇀퇀의 죽음을 악화일로인 양안 관계와 연결 지어 보는 시각도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16일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개막 연설에서 무력 사용도 불사하겠다며 대만 통일 의지를 강조했다. 지난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방문을 계기로 중국이 군사적 위협을 끌어올린 뒤 대만 내 반중 정서도 확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