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미국의 경제적·군사적 개입 필요성을 높게 본 반면, 한국 자체의 개입에 대해서는 훨씬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여론조사업체 모닝컨설트는 16일(현지시간) 미국의 동맹으로 분류되는 8개 국가의 국민들을 대상으로 "중국이 대만을 침공했을 경우 미국과 자국이 취해야 할 경제적 또는 군사적 조치에 대해 찬성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한국인들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했을 때 미국이 중국에 대해 적극적인 경제 제재와 군사 대응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한국 자체적으로 중국에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중은 훨씬 낮게 나타났다. 모닝컨설트는 "전체적으로 미국의 대응에 찬성하는 비율이 자국의 대응에 찬성하는 비율보다 높은 편이지만 영국과 한국은 특히 그 격차가 심했다"며 "유사시에 미국으로 책임을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인 예로, 한국에서 대만이 중국의 침공을 받으면 미국이 중국에서의 수입을 금지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중은 69%, 중국으로의 수출을 중단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중은 67%였다. 반면 한국 자체적으로 중국에서의 수입 중단에는 41%, 수출 중단에는 43%만이 동의했다. 한국 자체의 수입 중단 및 수출 중단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각각 41%와 43%로, 찬성과 엇비슷하게 나왔다.
군사 행동에서도 격차가 심했다. 대만이 중국의 침공을 받을 경우 미국이 무기를 보내야 한다는 데는 68%, 부대를 직접 보내야 한다는 데는 64%가 찬성했다. 반면 한국이 무기를 보내야 한다는 데에는 46%, 직접 부대를 파견해야 한다는 데에는 31%만이 찬성했다. 한국 군대 파견에는 오히려 반대가 52%로 더 높게 나타났다.
모닝컨설트는 "한국은 특히 대만과 관련해 미국의 행동을 요구하는 비중이 높다"면서 "한국전쟁 후 한국은 자국의 미군 주둔에 익숙해졌고 북한과의 관계에서 미국의 방위 공약에 오랫동안 의존해 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자체적인 경제나 군사적 제재에 미온적인 데 대해서는 지리적 위치가 가까워 중국의 군사 위협에 취약하고, 경제적으로도 한중 간의 오랜 교역 관계 때문에 중국이 한국에 미칠 경제적 고통의 규모가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7개국 가운데서는 인도 국민들이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미국의 행동을 요구하는 비중이 모든 항목에서 70%를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인도 자체의 경제적·군사적 대응에도 적극적이었다. 인도가 자국군을 대만에 보내는 데 찬성하는 응답자가 66%였다.
반면 일본과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은 대만이 중국의 침공을 받더라도 자국의 대응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에선 자국군을 대만에 파견하는 데 16%만이 찬성했다.
이 여론조사는 각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조사 시점은 각국이 조금씩 다르다. 한국에서는 지난 8월 31일부터 9월 3일까지 조사가 진행됐다. 오차범위는 ±3%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