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 정치범·외국인 등 기습 사면… '총선용' 꼼수

입력
2022.11.18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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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범·외국인 등 5744명 사면 돌연 발표 
지도자급 없는 '생색내기'... 비판 희석용 
"내년 8월 총선, 국제사회에 명분 쌓기"

미얀마 쿠데타 군부가 일부 정치범과 외국인을 포함한 대규모 사면을 갑자기 발표했다.

최근 종료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에서 군부를 압박한 것이 영향을 미쳤을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얀마 군부가 '마이웨이 외교'를 포기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국제사회가 사면을 요구한 민주진영 핵심인사들은 제외됐다. '보여주기용 사면'으로 내년 8월 총선 승리의 명분을 만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치범·전직 영국대사 등 5,744명 사면

18일 이라와디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는 전날 국영방송을 통해 "총 5,744명의 수감자들을 사면한다"고 발표했다. 미얀마의 대표적 민주화운동인 '88혁명'을 이끌었던 운동권 지도자 고 미 아예와 쿠데타 이전 여당이었던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의 대변인 묘 낭트가 포함됐다. 이들은 대중 선동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지난해 2월 쿠데타 발발과 동시에 체포됐다.

군부는 군부 비판 혐의로 기소된 작가 마웅 타 조와 승려 슈 냐와 사야, 우탄 하이 전 문민정부 연방장관도 사면키로 했다. 유명 인사이긴 하나,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 국제사회가 석방을 요구한 거물급은 아니다.

군부는 외국인 수감자도 풀어주기로 했다. 문민정부 경제고문이었던 호주인 경제학자 숀 터넬과 비키 보먼 전 주미얀마 영국 대사 등이다. 반군부 투쟁을 돕다 체포된 일본인 다큐멘터리 작가 구보타 토루도 풀려났다.


'양으로 승부'한 사면, "총선 방탄 명분"

군부는 대규모 사면의 이유를 "미얀마 국경절(17일)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평화 로드맵에 따라 대화에 나서라'라는 아세안 정상회의 성명에 따르지 않겠다"고 못 박아 외압에 의한 사면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실제 군부는 사면 발표 전 시민저항군 출신 쪼 뗏과 윈 민 흘라잉 전 NLD 소속 국회의원에게 각각 징역 225년과 148년을 선고해 강경 노선을 이어갔다. 민주진영의 중심축인 국민통합정부(NUG)의 힌 린 아웅 대변인은 "학살과 억압이 이어지는 현실은 변한 게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동남아 외교가 관계자는 "내년 8월 총선을 통해 정권의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군부가 '선거에 나설 반대진영 인사들을 대거 풀어줬다'는 방탄 논리를 구축하기 시작했다"며 "총선 전 몇 차례 사면이 더 있겠지만, 이 역시 국제사회에 보여줄 명분 쌓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