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완전히 쓸모없는 인간이다.”
조곤조곤한 말솜씨부터 빼닮았다. 진지한 표정에 곁들인 손동작도 판박이다. 성조기까지 걸린 집무실 배경은 확신을 더했다. 독설에 가까운 막말만 제외하면 영락없이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인식됐다. 2018년 4월, 유튜브 한 채널에 등장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던진 충격적인 영상 메시지에서다. 당시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릴 뻔했던 이 영상은 미국 인터넷 매체 버즈피드의 테스트 작품으로 밝혀지면서 일단락됐다. 기존 오바마 대통령 영상에 영화감독인 조던 필의 성대모사 목소리를 입히고 입 모양까지 바꾸면서 제작된 이 콘텐츠는 허위동영상(딥페이크) 기술 덕분에 가능했다. 딥페이크(deep fake)는 딥러닝(deep learning)과 페이크(fake)의 합성어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일종의 얼굴 조합 기술이다. 특정 인물의 얼굴이나 신체 부위를 합친 영상편집물인 셈이다.
4년 전, 그렇게 일반 대중 속으로 스며든 딥페이크가 갈수록 활개를 치고 있다. 과거엔 유명인사들의 풍자나 개그 소재로 머물렀던 딥페이크가 최근엔 업그레이드된 AI를 등에 업고 각종 디지털 역기능의 중심부로 자리한 양상이다.
지난 15일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딥페이크 영상을 제작해 판매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30대 남성 A씨가 구속, 최근 검찰에 송치됐다. A씨는 2020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해 불법으로 다운 받은 음란물에 연예인 또는 아동·청소년 얼굴 사진 합성 영상물 3,000여 개를 제작,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모집한 회원들에게 1인당 월 30달러씩에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딥페이크의 심각성은 통계치에서도 확인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딥페이크 처벌법(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의2)’이 시행된 2020년 6월 이후 올해 10월 31일까지 방심위가 시정요구나 자율규제를 조치한 허위 영상물은 총 7,329건에 이른다. 더 큰 문제는 딥페이크의 증가 추세다. 2020년엔 548건에 그쳤지만 지난해 2,988건에 이어 올해 10월 31일 기준 현재 3,793건에 달했다. 대부분 해외를 거점으로 유통되면서 현실적인 수사의 어려움 또한 딥페이크 근절의 걸림돌이다.
물론, 딥페이크의 순기능도 없진 않다. 영화나 드라마를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분야 등에 접목시킬 경우 연기자의 실제 촬영 분량과 유사한 영상 확보가 가능, 제작비 절감 효과를 가져온다. 공익적인 차원에서도 효과적이다. 2019년 4월, 딥페이크가 영국의 세계적인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의 말라리아 퇴치 광고에 도우미로 등장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베컴은 영어로만 말했지만 딥페이크 기술 덕분에 중국어와 아랍어, 힌디어 등을 비롯한 9개 언어로 광고 제작이 가능했다.
하지만 아직까진 딥페이크의 부정적인 측면이 도드라진 게 현실이다. 이에 딥페이크 부작용 퇴치를 위한 기술 개발도 눈에 띈다. 인텔은 지난 16일 허위동영상 탐지가 가능한 ‘페이크캐처’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기존 딥페이크 탐지기의 경우 수시간이 필요한 원본 데이터 기반이었던 반면, 페이크캐처는 원본 영상에서 나온 얼굴의 혈류 신호로 실시간 진위 판단이 가능하다는 게 인텔 측 설명이다.
보안 업계 관계자는 “딥페이크를 이용해 제작된 가짜뉴스의 경우엔 사회적인 분열과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1주일에 7일을 일한다.”
미소도 내비쳤지만 대화에선 심각함이 역력했다. 그만큼,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단 얘기로 들렸다. 자신의 업무량에 대해 “솔직히 나 자신을 고문하는 정도는 극단적인 수준”이라고 전한 메시지가 이를 방증했다. 세계 최대 부호로 알려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주요 20개국 정상회의(G20)와 함께 진행된 기업인 비즈니스20 서밋(B20)에 화상으로 참석해 전한 근황이다. 최근 글로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 인수에서 이어진 후속 업무 탓으로 읽혔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과 CNBC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머스크는 인력 구조조정과 수익구조 재설계를 포함해 대대적인 트위터 체질개선에 착수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트위터를 440억 달러(약 60조 원)에 사들였다.
문제는 이에 따른 부작용이다. 당장, 트위터 내 파열음부터 요란하다. 트위터 인수와 더불어 전체 7,500여 명의 직원 가운데 3,700여 명을 집으로 돌려보낸 그는 최근 들어선 사내 5,500여 명의 계약직 근로자 중 4,400여 명을 사전 통보 없이 해고했다. 이에 일부 직원은 그를 상대로 집단소송까지 제기했다.
후폭풍도 상당하다. 트위터에 둥지를 틀었던 이들의 연쇄 이탈에서다. 실제 트위터가 머스크의 품에 안긴 이후, 대형 광고주였던 화이자와 폭스바겐, GM에 이어 글로벌 마케팅 대행사 옴니콤도 등을 돌렸다. 인기 유명인들의 탈출 또한 꼬리를 물고 있다. 유명 배우 우피 골드버그에 이어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 제작자 숀다 라임스와 그래미 수상자 세라 버렐리 등도 트위터를 나왔다.
파장은 테슬라의 미래 먹거리인 완전자율주행차까지 이어지고 있다. 머스크는 기존 테슬라에 소속됐던 주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을 대거 트위터로 파견했다. 그의 몸과 마음도 트위터에 묶였다. 실제 B20 이후 그는 트위터에 “테슬라와 관련된 업무도 챙겨보겠다”고 했지만 “조직이 고쳐질 때까진 트위터 회사에서 일하고 잠도 잘 것”이라고 전했다. 연내 출시를 예고한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 기능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가 여전한 가운데 불안감은 높아질 수밖에 없단 얘기다.
테슬라 자율주행을 둘러싼 외부 환경 역시 부정적이다. 댄 오다우드 그린힐스소프트웨어 CEO는 지난 13일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테슬라 완전자율주행 프로그램에 대해 “이보다 더 나쁜 프로그램은 내 평생 본 적이 없다”라며 “불완전하고 위험한 소프트웨어를 그냥 내놓아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고 저격했다. 오다우드는 테슬라 완전자율주행 소프트웨어 판매 불허 운동에 수백만 달러를 쓰고 있다고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올 들어선 테슬라 모델3를 구입하고 운전기사까지 고용, 테슬라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공공 도로와 폐쇄 코스에서 시험하면서 안전 문제 찾기에 주력하고 있다. 그린힐스소프트웨어는 보잉 787과 록히드마틴 F-35 전투기, 보잉 B1-B 대륙간핵폭격기,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오리온 승무원 탐사선 등의 운영체제를 설계했다.
한편 로이터와 CNBC 등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테슬라 자율주행 차량 기능에 대한 정밀 테스트에 착수했다. 앞선 지난 2월엔 미 도로교통안전국에서 테슬라 자율주행 차량의 오토파일럿과 관련된 브레이크 오작동 신고와 관련해서 41만6,000대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