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오스카 작품상' 노리는 넷플릭스

입력
2022.11.19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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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체인 CGV는 보도자료를 하나 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와 협업해 영화 3편(‘바르도, 약간의 진실을 섞은 거짓된 연대기’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 ‘화이트 노이즈’)을 16일부터 개봉한다는 내용이었다. “완성도 높은 연출과 독특한 작품 세계”가 협업의 이유였다. CGV는 지난해에도 이맘때쯤 넷플릭스와 손잡고 영화 6편을 잇따라 선보였다.

보도자료를 읽으며 영상산업의 급변을 새삼 떠올렸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CGV는 넷플릭스와 앙숙이었다. 2016년엔 봉준호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옥자’를 상영하지 않으며 각을 세웠다. 극장과 온라인 동시 공개라는 넷플릭스만의 영업 방식이 문제였다. 당시만 해도 넷플릭스는 전 세계 극장주들의 공적이었다. 넷플릭스가 극장산업을 붕괴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극장과 전선을 형성해온 넷플릭스가 총을 내려놓을 때가 있기도 하다. 매년 늦가을이 되면 최신 영화를 극장에서 먼저 선보인 뒤 온라인에 소개해 왔다. 다음 해 초봄에 있을 미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을 위해서다. 오스카 출품 자격을 얻으려면 미국 6개 대도시권(뉴욕,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마이애미, 애틀랜타) 극장에서 상영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양질의 영화를 확보하기 어려워진 CGV는 예전과 달리 넷플릭스와 ‘공조’할 수밖에 없다.

넷플릭스가 늦가을 내놓는 영화들은 감독 면면만으로도 화려하다. 지난해 나온 ‘파워 오브 도그’는 제인 캠피언 감독 작품이었다. 캠피언 감독은 ‘피아노’(1993)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최고상)을 여성 감독 최초로 수상했다. ‘돈 룩 업’은 ‘빅쇼트’(2015)로 오스카 각색상을 받은 애덤 매케이 감독 신작이었다. 두 영화는 올해 아카데미상 작품상 후보에 올랐고, ‘파워 오브 도그’는 오스카 감독상을 가져갔다. 2020년 가을엔 론 하워드 감독의 ‘힐빌리의 노래’,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맹크’를 극장에 선보였다. 하워드 감독은 ‘뷰티풀 마인드’(2001)로 오스카 작품상ㆍ감독상을 받은 적이 있다. 핀처 감독은 오스카 무관이나 신작을 만들 때마다 아카데미상 주요 부문 후보로 거론된다. 넷플릭스가 가을에 선보이는 영화가 대체로 완성도가 높은 건 다 이유가 있다.

올해 가을은 더 노골적이다. 오스카 작품상을 수상한 감독 2명의 신작을 개봉한다. ‘오스카 작품상 청부사’를 둘이나 고용한 셈이다. ‘바르도, 약간의 진실을 섞은 거짓된 연대기’의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버드맨’(2014)으로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았다.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2015)로 감독상을 한 차례 더 수상하기도 했다.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의 기예르모 델토로 감독은 어떤가. 그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2017)으로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았다. 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후발주자인 애플TV플러스의 ‘코다’에 OTT 최초 작품상 수상이라는 영예를 빼앗겼으니 넷플릭스가 조급해질 만도 하다.

코로나19로 세계 영상산업은 넷플릭스 천하가 됐다. 하지만 오스카 작품상 없인 보석 빠진 왕관을 쓴 꼴이다. 세계를 호령하는 할리우드 스튜디오라 자부하기 민망하다. 넷플릭스의 오스카 도전은 흥행 기록만이 영화의 전부가 아님을 새삼 역설한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