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60억 지구에서~ 널 만난 건, 7! 럭키야.”
2004년 인기를 끌었던 노래 ‘숫자송’의 기억은 강렬했다. 1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경쾌한 멜로디와 함께 ‘세계 인구=60억 명’이라는 공식이 자연스레 떠오르니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가사를 이렇게 업데이트해야 할 듯싶다. “80억 지구에서 널 만난 건~.”
지구촌에 살아가는 인류 숫자가 80억 명을 넘어섰다. 10억 명이 늘어나는 데 고작 11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1800년대 초반 10억 명이던 세계 인구가 20억 명으로 늘어나는 데 120년 이상 걸렸던 점을 감안하면 예상보다도 더 빠른 속도다.
순식간에 불어난 인구는 눈부신 의학ㆍ과학 발전 징표인 동시에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요인이다. △식량ㆍ자원 부족 △경제ㆍ사회 불평등 심화 △기후변화 △생물 다양성 감소 등 현재 맞닥뜨리고 있는 모든 문제 중심에는 ‘많아도 너무 많은’ 인간이 있다.
그렇다면 지구의 적정 인구는 어느 정도일까. 영화 어벤져스의 악당 타노스처럼 손가락을 한 번 튕겨 인구를 절반으로 줄이면 해결될까. ‘영국 수준 생활을 누리려면 20억 명, 아프리카 르완다 수준이면 180억 명(1996년 캐나다 경제학자 윌리엄 리스)’ 등 몇몇 연구가 나오긴 했지만 사실 정답은 없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조사 기관마다 다소 상이하지만 4,000만 명대 초반~5,000만 명을 적정인구로 보는 분석이 많다. 지난해 전체 인구(5,163만 명)보다 1,000만 명이나 적은 규모다. 굳이 숫자를 꺼내 들 필요도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인구밀도 1위, 넘쳐나는 인간 군상 속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소모품처럼 쓰인 뒤 버려진 사례를 우리는 매일 곳곳에서 마주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차라리 저출생과 인구 감소세가 재앙이 아닌 대안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그간 역대 정부는 인구 감소를 절대악(惡)으로 보고 출생률을 끌어올리려 부심해왔다. 인구를 국력의 지표로 본 까닭이다. 지난 16년간 출산율 제고에 투입한 자금은 400조 원에 달한다.
결과는 처참하다. 예산 살포에도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친 출생률에는 날개가 돋지 않았다. 백약이 무효하자 이번엔 저출생이 가져올 디스토피아를 꺼내 들었다. ‘저출생→노동력 감소→경제 위기’라는, 국가주의 프레임과 “네가 출산하지 않아 나라가 망하게 생겼다”는 저출생 망국론이 허공을 떠돌며 비(非)출산을 선택한 개인에게 화살을 돌리고 있다.
어르고 달래도 문제 해결이 요원하다면 차라리 적응하고 빠르게 대안을 마련하는 게 효과적이다. 그간 인구수를 과거로 회귀하는 데 정책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제는 무게 추를 인구 감소 시대로 옮겨 새로운 변화가 불러올 혼란을 준비하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미다.
‘더 많이, 더 높이’ 성장을 고집해온 우리 사회가 인구 감소로 인한 축소 사회를 받아들이는 건 익숙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인구 문제의 본질은 크기가 아니라 삶의 질과 방식이다. 위기가 와도 무너지지 않는 사회를 준비하는 게 “요즘 젊은 것들은 자기밖에 모른다”며 훈수를 두는 것보단 생산적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