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17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 유예를 촉구했다. 주식시장이 하락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금투세 도입이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내년 초 시행을 앞둔 금투세는 연간 5,000만 원 이상의 주식 등 금융투자 소득을 얻은 투자자에게 부과된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열린 ‘개미 심폐소생 긴급 좌담회’에서 "금투세에 대한 유예조치를 하지 않으면 금융시장에 혼란과 주가 폭락으로 엄청난 자산의 손실을 투자자에게 줄 수 있다"며 "민주당이 전향적으로 빨리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 의장은 "경제상황은 늘 오르고 내리는 사이클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경기가 좋을 때 정책과 불경기가 오는 것에 대한 대비책은 다를 수밖에 없다"며 "유연성을 갖고 있어야 국민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성 의장은 "개미(투자자)들의 목을 졸라서 (주식을) 상장폐지로 가는 법안을 유보해달라"고 재차 촉구했다.
이날 좌담회에서도 '금투세는 시기상조'라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글로벌 위기이면서 주식시장이 하락하는 시점에 금투세를 도입하는 것은 큰 위험"이라며 "2년 정도 시행을 유예하고 그 사이에 주식시장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도 "수익이 나지 않는 곳에 억지로 과세를 하다 보면 시장이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우리가 가진 경쟁력에 비해 주식시장이 과도하게 내려갔다는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금투세를 부과하는 건 '비가 올 때 우산을 빼앗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좌담회를 주최한 김용태 여의도연구원 원장은 "전체 이익이 줄어들거나 판 자체를 깨버리는 우려가 있을 때 법을 시행해선 안 된다"며 "이해당사자와 전문가 모두 국회가 금투세 부과를 유예하길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공약한 '주식양도세 폐지' 공약에 맞춰 세금 부과 시기를 미뤄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오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류성걸 의원은 "내일(18일) 오전 10시에 금투세 유예를 포함한 법안이 기재위에 공식 상정된다"며 "21일부터 조세소위가 가동돼 상세하고 심도 있는 논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금투세 도입을 주장해온 더불어민주당의 속내는 복잡하다. 금투세 납부 대상인 고액 투자자가 이탈하면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 10일 기재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어야 하고, 손실에 과세를 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며 예정대로 시행하자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는 지난 14일 비공개회의에서 '금투세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하며 '신중론'을 폈다. 민주당은 15일 정책위원회 주재로 간담회를 열고 금투세 도입 재고 여부를 논의했지만 결론를 내리지 못했다.